[기자수첩]별걸 다 '관리'하는 삼성

[기자수첩]별걸 다 '관리'하는 삼성

이구순 기자
2007.10.23 09:21

"로비에서 밖을 내다보면 안된다니까요! 아주 윗분의 지시예요."

며칠 전 서울 시청앞 삼성 본관 로비가 하루종일 봉쇄된 날이 있었다. 로비의 유리창으로 시위대 모습을 보려는 기자에게 삼성의 사설 경호업체 직원은 유독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을 정도의 예민한 반응이었다.

이날 삼성은 본관 정문을 봉쇄하고 대형 통유리로 된 로비는 하루종일 긴 블라인드를 내려 내부 사람들과 바깥에 있는 시위대를 완벽히 차단했다. '윗분의 특명'이라는 말이 통했는지 삼성 본관에 근무하는 누구도 로비에는 얼씬거리지 않았다.

삼성 본관 앞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위대가 점거하는 일이 한달에 서너번 꼴로 있다. 100여명 남짓한 시위대가 사전에 경찰에 신고한 시간에 와서는 정해진 시간까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외치고 돌아가곤 한다.

이 때문에 삼성 본관의 정문과 로비가 봉쇄되는 날도 한달에 서너번이다. 삼성의 이 같은 시위대응은 다른 대기업이나 관공서에 비해서도 매우 예민한 축에 속한다. 시위대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정문과 로비를 봉쇄한다는 게 삼성의 공식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 본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른 식으로 말한다. 시위대의 건물 진입을 막는 것이라기보다 직원들이 시위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막는 것이라는 설명. 국내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는 삼성이 100여명 남짓한 시위대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시위대의 불순한 주장에 순진한 직원들이 물들까'였던 것이다.

물론 잦은 시위에 직원들이 일희일비하면 근무기강을 제대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직원들의 양식에 맡겨도 자연스레 제 방향을 찾아간다.

빈틈없이 일일이 감독하고 통제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오늘의 삼성을 키운 것은 '관리의 삼성'이라지만 이제는 그것이 '삼성의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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