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톰크루즈 영화 보고 개발한 굴착기

[르포]톰크루즈 영화 보고 개발한 굴착기

인천= 김태은 기자
2010.03.23 14:02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신화 연다]②손팔 움직임 따라 작동하는 '아이핸드' 개발

서울에서 한 시간여를 차로 달려 도착한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 한국 최고이자 최대의 건설기계 메카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9일 인천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공장 마당에는 선명한 형광 주황색의 굴착기들이 출하를 기다리며 가지런히 서있다. 그 가운데, 한 굴착기가 홀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공장 부지에서 땅을 파는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서 너 명의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이 옆에 달라붙어 굴착기의 움직임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다른 굴착기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이 굴착기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미래형 굴삭기의 1단계 프로젝트인 하이브리드형 굴착기다.

외관은 일반 굴착기와 똑같지만 몸체 안을 열어보면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품들이 작동하고 있다. 기존 디젤엔진에 전동기와 전기저장장치가 추가로 장착돼 있다. 이 장치들은 굴착기 작업 시 발생하는 공회전과 감속 등으로 인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했다가 이를 다시 에너지로 사용해 엔진 출력을 보충하도록 한다. 굴착기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힘을 균일하게 유지시킴으로써 연비를 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이브리드 굴착기의 연비는 기존 유압기 방식보다 35% 가량 좋아졌다. 만일 22톤급 굴착기가 하루 10시간, 1년 200일 가동되고 경유가 리터당 1300원이라고 가정하면 대당 연간 1700만 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CO) 배출 역시 35%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 중인 미래형 컨셉 굴삭기, 일명 '에코 트랜스포머(Eco Transformer)'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 중인 미래형 컨셉 굴삭기, 일명 '에코 트랜스포머(Eco Transformer)'

◇굴착기, 트랜스포머를 꿈꾸다

굴착기는 흔히 '포크레인'이라고 불린다. 지난 1964년 프랑스 포크레인사가 유압구동식 굴착기를 선보인 이후 전 세계 건설기계가 유압식으로 바뀌는 일대 혁신이 일어나자 '포크레인'이 굴착기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

지난 50년 간 유압구동식 굴착기가 지배하는 동안 굴착기 업체들 간의 경쟁은 굴착기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데에 집중됐다. 그러나 굴착기는 이제 '포크레인 시대'를 넘어 새로운 변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에너지와 환경, 고령화라는 '메가트렌드(Mega Trend)'에 발맞춰 굴착기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의 진화를 주도하기 위해 차세대 미래형 굴착기 개발에 한창이다.

2020년을 개발 목표로 장기 과제로 추진 중인 미래형 컨셉트 굴착기는 하이브리드는 물론 로봇굴착 기능을 포함한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프레임 체계와 혁신적인 편의 장치를 갖춘 굴착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 컨셉트는 친환경(Ecology), 안전(Safety), 사용성(Usability), 효율성(Efficiency) 등 4가지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에코 트랜스포머(Eco Transformer)'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처럼 작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최적화된 기능으로 변신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친화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래형 컨셉 굴착기는 산지나 험지에서도 평지 같은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무한궤도형 바퀴가 서로 분리돼 땅의 지형에 따라 회전과 굴절이 자유자재로 이뤄져 산지나 험지에서도 평지 같은 운행이 가능한 주행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전방위 시야성을 획기적으로 증대한 슬라이딩 캐빈 등 작업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킨 인간공학적 설계와 미래 감성적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엔진과 동력전달 시스템, 무인지능형 자동작업시스템, 가변형 슬라이딩 카운터웨이트, 지능형 광조절 전면 유리 등 혁신적인 미래 기술들을 집약시켰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미래형 컨셉트 굴착기는 지난 2009년 레드닷 디자인상에서 최우수 작품에 선정되면서 건설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꿈의 굴착기(Dream Excavator)'로 불리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아이핸드(I-Hand) 등 신기술을 접목한 굴삭기를 선보인 미국 콘엑스포 2008.
↑두산인프라코어가 아이핸드(I-Hand) 등 신기술을 접목한 굴삭기를 선보인 미국 콘엑스포 2008.

초보자도 쉽게 조종하는 굴착기 시대

미래형 굴착기 개발의 일환으로 손의 움직임으로 조종하는 아이핸드(i-Hand) 기술과 지능형 굴착시스템이 결합한 무인 로봇굴착기도 2010년대 후반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아이핸드 기술은 영화에서 착안됐다. 굴착기 조종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가상 영상을 통해 손으로 파일을 찾는 핸드 마우스(hand mouse)' 방식을 보고 개발하게 됐다. 굴착기의 방향과 움직임을 통제하는 목 부분을 팔이, 작업을 수행하는 삽 부분을 손이 대신해 이들의 움직임대로 장비를 움직이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움직이듯 직관력으로 굴착기를 조종하는 것이기에 초보자도 쉽게 굴착기를 조정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미 아이핸드 기술 개발의 핵심인 '마스터-슬레이브(Master-Slave)' 굴착기 제어시스템 1단계 모델을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지능형 굴착시스템 개발은 국토해양부가 지원하는 건설기술혁신사업 과제로서 두산인프라코어 기술원이 총괄하여 개발하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대를 포함하여 건설기술연구원, 전자 부품연구원 등 국내외에서 전문성을 입증받은 1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김낙인 두산인프라코어 기술원 상무는 "아이핸드와 지능형 굴착시스템이 결합된 무인 로봇굴삭기가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면 위험지역과 극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작업의 생산성과 품질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미래형 굴착기 기술개발은 관련 업계의 세계적 추세이며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관련 원천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소수의 업체만이 향후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과 기술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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