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런 행사인지 알았다면 안왔죠"

[기자수첩]"이런 행사인지 알았다면 안왔죠"

황국상 기자
2010.04.22 18:40

B4E 서울 행사, 허술한 진행에 참석자들 실망

'제4차 환경을 위한 글로벌기업 정상회의'(B4E)가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 녹색경제를 실천하려는 기업가들이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라는 게 애초 취지였다.

국내 모 대기업의 간부인 L모 상무는 철도 항공 음료 등 여러 업종에 걸쳐 200여개의 회사를 거느린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전 세계에 걸친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등 유명 인사들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행사 참가비는 480달러(53만1800원)였지만 L상무는 회사에서 돈을 내 줘서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주최한 이번 B4E는 유엔 기구가 주관한 회의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참가비를 내야만 강연과 토론을 들을 수 있다.

녹색경제의 일선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들이 서로의 경험을 교환토록 하기 위한 행사인만큼 참가자들로부터 별도의 참가비를 거뒀던 것이다.

하지만 L상무는 행사장에 들어서서야 브랜슨 회장과 카메론 감독이 참가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L상무는 카메론 감독이 애초에 실제로 한국에 들르지 않은 채 실시간 영상으로만 강연을 진행키로 했다는 사실과, 브랜슨 회장도 지난해 12월 한국에 들르지 않고 영상강연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환경부와 이번 행사의 홍보대행사인 에델만, UNEP 등 행사 주최기관 간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탓이다.

L상무는 "아쉬움이 크긴 이왕 참가비를 냈으니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이동했다.

행사 프로그램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대기업의 간부인 P부장은 "유엔기구 최고 간부나 몇몇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방문하긴 했지만 이들의 토론은 '차원이 높은 이야기'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였다는 말이다.

녹색제품 기획할 때 애로사항은 뭐였는지, 정부가 어떤 세제 지원을 해줬으면 좋을지 등 실제 환경경영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들은 나오지 않고 '녹색경제가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한다' 등 당연한 말들만 오고 가는 걸 보니 답답했다고, P부장은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계 주요 기업들이 한국에 와서 녹색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의미가 큰 것 아니냐"고 답했다. 이 같은 정부의 해명에 P부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야 그렇게 평가하고 싶겠죠. 대통령도 나와서 4대강 사업 전 세계에 홍보 제대로 했잖아요. 하지만 50만 원의 참가비, 이런 행사인 줄 알았으면 그 돈 내고 업무 제쳐두고 여기 안 오죠. 그런데 이거 익명으로 해주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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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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