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에서 원유가 바다로 흘러나간 지 50여 일만에 유출량이 2000만 갤런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해상 재해다.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시추선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더 신경이 쓰인다. 해당 해양플랜트를 만든현대중공업(461,500원 ▼10,500 -2.22%)은 이미 구상권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상황이 일단락되는 대로 미국 정부가 전방위 소송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추선 가동은 시추업체 BP(British Petroleum)가 했다. 또 인도한지 10년도 더 된 해양플랜트인 만큼 소를 제기할 여지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만하면 마음을 놓을 법도 한데 현대중공업 법무팀이 분주한 것을 보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듯하다.
옛 일을 돌아보면 걱정이 될 만도 하다. 1989년 엑손 발데스호가 알래스카에 원유를 유출하자 미국은 발데스사에 모든 피해비용 및 향후 30년간 소요될 복구비용을 청구했다. 단일 선체 유조선의 연근해 운항을 전면 금지시키는 강력한 조치도 취했다.
이번에도 미국 정부는 상황이 일단락되는 대로 관련 에너지 법안을 다시 제정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유조선 벽을 두 겹으로 했듯이 해양플랜트에 대해서도 안전기준이 급격히 강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미국 정부가 BP에 대해 "대책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경고하는 등 사건 당사자들 사이에서 벌써 은근한 불꽃이 튄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너무나 조용하다.
사고 플랜트를 건설한 현대중공업이 법적 책임을 떠나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을까 아쉬움이 든다. 세계 1위 해양플랜트 제조사답게 자존심을 걸고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한 해양플랜트 건조기술을 공개해 법적ㆍ기술적 기준을 초월하는 도의적 책임을 스스로 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현대중공업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너그러워질 것이다.
이번 사고를 놓고 책임공방의 불꽃이 어떻게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피해 복구에만 수십 년이 걸리고 두고두고 회자될 지구적 재앙의 한 페이지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