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자중기 2Q 최대실적이 만든 그림자

[기자수첩]전자중기 2Q 최대실적이 만든 그림자

김훈남 기자
2010.06.13 16:23

"요즘 경기가 좋아진 것 같아요? 전 요즘 몸으로 느낍니다"

두 달 전 절전형 전기콘센트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사장의 말을 증명하듯이 전기전자 업계에 속한 중소기업들이 올 2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매출' 혹은 그에 준하는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하기 어렵다.

이 같은 호실적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완성품 제조업체들의 선전에 따른 것으로 새로운 거래선 확보, 신사업·신제품 등에서 신규 매출이 발생한 게 아니다. 즉 '그냥 하던 일이 잘 됐다'는 설명이다.

전방산업의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재료, 부품을 조달하는 중소기업들의 매출도 자연스레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대기업 납품에 목메는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일 뿐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면 처음 3년은 이익, 다음 3년은 본전, 이후부터는 손해입니다"

전자기기용 화학약품을 다루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에 대해 3년 주기로 나눠 설명한다. 첫 계약부터 3년까지는 높은 이익률을 보장받지만 매년 8~9%가량의 단가인하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중소 업체들은 단가 인하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안간힘을 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일 사업의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경영에 긍정적인 요소지만 이를 알리려는 중소기업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사업부문별 영업이익률이 알려지면 이후 단가협상에서 인하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외 다른 거래선을 개척하는 것 역시 중소기업에는 버거운 일이다. 제품 특성, 생산량 등 기밀유출을 이유삼아 경쟁업체 납품을 대기업 측이 꺼려하기 때문이다.

매출 전액이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휴대전화용 부품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사업의 위험성이 큰 것을 감안해 거래 업체를 다양화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서)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 중소기업의 절반이 모기업 경기에 의존하는 납품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일률적인 단가 인하 요구와 교차 공급 제한 등 오랜 관행이 계속된다면 산업계의 '뿌리'에 해당하는 이들 기업이 '납품기업' 신세를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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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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