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 '압도적 성능'…'가장 싼' 가격 무색

대한민국에서 슈퍼카를 직접 타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극소수의 사람만 감당해 낼 수 있는 천문학적 차량 가격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도로 여건도 슈퍼카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게 불가능하다.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를 3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동차 성능 시험 연구소에서 시승해 봤다. '과속 카메라'를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람보르기니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 LP550-2'다. 가야르도(Gallardo)는 전설적 투우 사육사 미우라가 키운 황소 중 한 마리의 이름이다. 람보르기니는 전통적으로 모델명을 황소 이름에서 따온다. 창업자 페루지오 람보르기니의 출생 별자리가 황소자리이기 때문이다. '가야르도'라는 모델명 뒤에 붙는 'LP550-2'은 '550마력 2륜구동'을 의미한다.
가야르도는 람보르기니의 판매를 책임지는 중요한 모델이다. 전 라인업 가운데 가장 저렴한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가야르도 LP550-2의 국내 판매가격은 2억9000만원. 최상위 모델인 '아벤타도르'가 원화 기준으로 4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겸손한' 가격이다. 람보르기니가 시승 차량으로 가야르도를 준비한 것도 올해 국내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다.
◇ '황소'와 거리가 먼 날렵한 디자인=운전석에 오르기 전 먼저 외관부터 찬찬히 뜯어봤다. '황소'의 이미지와는 전혀 거리가 먼 날렵하고 날카로운 디자인이다. 오버행(앞바퀴와 앞범퍼 사이)이 짧고 루프에서부터 뒤로 길게 뻗어나가는 전체 실루엣은 전형적인 미드십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전면부터 후면까지 이르는 디자인 선은 부드럽지만 요소요소에 적용된 날카로운 포인트들은 가야르도의 전반적 인상을 강렬하게 만든다. 오각형으로 각이 선 전면 공기 흡입구에서는 입을 벌린 '상어'가 연상된다. 본네트 양 끝에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사각 헤드램프가 박혀있다.
온몸으로 '슈퍼카'임을 말하는 디자인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하나 있다. 가야르도에는 람보르기니 전 라인업 가운데 예외적으로 씨저도어(문이 위로 열리는 방식)가 적용되지 않았다. 운전자가 문을 열고 타고 내릴 때만큼은 다른 모델에 비해 카리스마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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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은 단순함과 간결함의 극치다. 계기반과 공조계 및 오디오시스템, 운전대와 두 개의 좌석이 전부다. 필요한 것들 만 디자인상의 기교 없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붙어있다. 하지만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고급 가죽으로 덮여있다. 마감도 단단하고 깔끔하다.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과연 슈퍼카=실내 마감에 감탄하며 시동을 걸었다. 육중한 엔진음이 등 뒤에서 들린다. 하지만 생각만큼 시끄럽지 않다. "슈퍼카 치고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며 가속페달을 밟자 엔진음은 '왜애애앵'하는 신경질적 소리로 바뀌며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동시에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속도계는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가리킨다. 가야르도의 제로백(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3.9초. 하지만 제원상의 수치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무의미해진다. 운전자에게는 그저 '찰나'일 뿐이다. 시간 관념이 희미해지는 반면 무지막지한 속도감이 날카로운 엔진음과 함께 뚜렷이 느껴진다.
가야르도의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지만 이날 시승에서는 200km 이상 속력을 내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람보르기니 측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주행 속도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카의 직진 성능을 체험해 보기에는 충분했다.
선회능력도 탁월했다. 이날 시승에서는 슬라럼(장애물로 구성된 곡선 주로) 코스 주행도 마련됐는데 시속 100km의 속도로 꼬불꼬불한 길을 민첩하게 돌아나갔다. 코너를 돌 때 쏠림현상도 거의 없었다. 1400kg에 육박하는 차량 무게를 감안하면 믿기 힘든 운동성능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버톨리 지나르도 람보르기니 한국·일본 지사장은 "올해 총 7개의 가야르도 라인업을 출시해 한국 슈퍼카 시장을 선도해 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가장 싼' 람보르기니라 해도 2억9000만원의 가격은 여전히 보통 사람들 에게는 천문학적 가격이다. 하지만 카리스마적 디자인과 압도적 성능, 그리고 무엇보다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을 감안하면 슈퍼카 구매층을 상당히 끌어들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