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8월 울산현대자동차(531,000원 ▼25,000 -4.5%)공장 아반떼룸.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과 노동부 장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작고)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이 정 회장을 찾은 것은 정리해고 인원을 대폭 줄이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당시 울산 현대차 공장은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노조 파업으로 3개월 가까이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던 정 회장이었지만 정치권의 압력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후유증이 상당했다. 직접적인 피해액만 1조7000억원에 달했고 300개 협력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특히 현대차 파업은 그해 2월 노·사·정 대타협으로 도입된 정리해고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현대차 처리 과정을 지켜보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아직 멀었다"며 투자를 계속 미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정치권에 노사분규 현장에 지나친 개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 이후 매년 파업을 반복했고 정 회장은 그때마다 이 날의 양보를 후회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11년 뒤인 2009년에야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는데 성공했다.
#2011년 6월한진중공업(29,000원 ▼1,450 -4.76%)부산 영도조선소.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불법파업이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170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국회의원들은 사측에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노조원들을 격려하고 돌아간다. 급기야 오는 29일에는 국회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출석시켜 청문회까지 열 계획이다.
"노사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는데 정치인들이 내려와서 노조를 부추기고 올라가는 바람에 타결이 물 건너갔습니다." 한진중공업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13년 전 한숨을 내쉰 정 회장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지금까지 당사자가 풀어야 할 노사문제에 정치권이 개입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