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大역전극..이재현 회장 '분노의 베팅'?

CJ 大역전극..이재현 회장 '분노의 베팅'?

이상배 기자, 김지산, 김태은
2011.06.28 14:46

인수가격 포스코 보다 높은 20만5000원 안팎, 우선협상자 유력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주당 20만5000원 안팎의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17만원대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당초 유력한 대한통운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의 19만원대보다도 높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 본입찰에서 당초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주당 20만5000원 수준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27일 대한통운 종가 13만500원 대비 무려 60%에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다. 이 가격으로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18.98%, 18.62% 등 총 37.6%만 인수해도 약 1조8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든다.

여기에 CJ그룹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9.6% 가운데 일부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FI 지분 중 일부도 인수한다면 총 인수대금은 2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CJ그룹이 제시한 인수대금 규모에 비춰 CJ제일제당이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3월말 현재 CJ제일제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2318억원 수준이다. 또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 현금흐름(EBITDA)이 3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4년치에 해당하는 약 1조2000억원을 CJ제일제당의 차입여력으로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 외에도 CJ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CJ GLS도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CJ그룹이 약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CJ GLS의 3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6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EBITDA도 391억원에 그쳐 차입여력 역시 1600억원 수준에 그친다.

IB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에 참여한 CJ 계열사들이 향후 증자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특히 CJ GLS의 경우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분 23.8%를 갖고 있다. 만약 증자에 나선다면 지분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사재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시화된다면 이 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대한통운 입찰에 사재 출연까지 감수하는 강력한 의지로 참여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CJ그룹 측은 증자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자체 자금과 차입만으로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며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IB 업계에서는 CJ그룹이 20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가격을 써낸 이유를 2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비가격적 요소에서의 열위를 가격적 요소에서 충분히 상쇄하기 위함이다. 최근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했다는 소식에 대한통운 주가가 급등한 것에서 보듯 시장에서는 포스코 컨소시엄의 대한통운 인수시 시너지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너지가 적다고 평가받는 CJ 입장에서는 이 같은 비가격적 요소에서의 감점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포스코 측보다 충분히 높은 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진 삼성그룹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감정이 반영되지 않고서야 주당 20만원 이상의 공격적인 베팅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CJ그룹은 그동안 삼성증권이 대한통운 인수 주간사로 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상대방인 포스코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숨지지 않아왔다.

CJ그룹 관계자는 "당초 삼성증권과 인수 자문 계약을 맺을 때 삼성증권 쪽에서는 삼성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며 "도대체 삼성그룹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삼성SDS로 삼성증권이 가진 CJ 관련 정보가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며 "대한통운 인수 자문사였다가 최근 계약을 해지한 삼성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24일 삼성증권과의 대한통운 인수 자문 계약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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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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