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프렌들리 이제 그만

[기자수첩]프렌들리 이제 그만

서명훈 기자
2011.08.09 09:32

#1. “최근에 프렌들리라는 단어를 다시 사전에서 찾아 봤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재계 인사의 말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목청껏 외쳤지만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정반대여서다. 프렌들리라는 단어에 자신이 모르는 뜻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찾아봤다는 설명이다.

사전에는 ‘friendly’의 뜻을 ‘①(행동이)친절한 ②상냥한, 다정한’으로 설명해 놓고 있다. 이 임원은 “사회 구성원들이 상냥하고 다정하게 기업을 대해 주길 기대했더니 너무나도 ‘친절하게’ 기업 규모에 따라 업종을 정해 준다”고 쓴 입맛을 다셨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겪은 마음고생을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흐른다고 한다.

#2. “일단 손은 떼기로 했는데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말 잘한 것인지…”

삼성과 한화에 이어 SK 등 대기업들이 MRO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했지만 걱정이 많다.

당장 지분을 넘길만한 대상이 없는 것도 골칫거리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보안문제다. 어떤 자재를 어디서 조달하느냐 하는 정보 자체가 보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자재 소모량에 따라 생산량이나 사업규모 등을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기존 MRO와 거래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몇 년 후에는 서서히 거래를 줄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MRO 설립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예전처럼 각 회사에 별도의 구매팀을 만드는 기업이 생겨날 수도 있다.

사회적 비난여론이 다소 누그러진 것은 다행이지만 너무 쉽게 물러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MRO가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수단’이라거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비판은 실상과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재계는 제2의 MRO가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우리 기업들에게 이제 그만 친절해지자. 그럴 때는 이미 한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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