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카이엔·파나메라, 포르쉐 '혁명'or'변절'?

[시승기]카이엔·파나메라, 포르쉐 '혁명'or'변절'?

안정준 기자
2011.08.13 09:21

포르쉐 DNA 그대로 간직한 SUV·세단 직접 타보니

'카이엔과 파나메라'

가장 포르쉐답지 않은 모델을 꼽아보라면 별 다른 고민 없이 떠오르는 이름이다. 카이엔은 5인승 SUV(스포츠유틸리티)이며 파나메라는 4도어 세단이다.

카이엔과 파나메라의 출시는 911을 사랑하는 포르쉐 골수 당원들에게 '포르쉐의 변절'이기도 했다. "내가 꿈꾸던 차를 만든다"는 모토 아래 시작된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역사가 '잘 팔리는' 차를 만드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혹자는 변절이 아닌 '혁명'이라고도 한다. '포르쉐처럼' 달리는 SUV와 세단은 포르쉐를 동경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기도 했다. 보다 많은 이들의 꿈이 충족됐으니 '혁명'인 셈이다.

◇변절 or 혁명?…성능·철학·디자인은 그대로=변절일까 혁명일까? 후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포르쉐가 한국에 왔다.

포르쉐는 12일부터 저라남도 영암 F1 서킷에서 '2011 포르쉐 월드 로드쇼'를 개최한다. 독일에서 직접 공수한 포르쉐 전 라인업을 전 세계에 선보이며 '포르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계획의 일부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공식행사에 앞서 11일, 카이엔과 파나메라를 F1 서킷에서 직접 몰아볼 기회를 가졌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카이엔 터보'와 '파나메라 터보'였다. 카이엔·파나메라의 최고성능 모델이다. 포르쉐의 '이단아'인 두 모델은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공유한다. 이른바 '혼류생산'이다.

포르쉐 카이엔
포르쉐 카이엔

두 모델에 탑재된 엔진도 같다. 500마력을 뿜어내는 4.8 트윈터보 엔진이다. 카이엔 터보와 파나메라 터보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시간)은 각각 4.2초와 4.7초. SUV와 세단이지만 오로지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포르쉐의 DNA 그대로다.

두 모델 모두 시동키 삽입구가 스티어링(운전대) 왼쪽에 위치해 있다. 911과 같은 형식이다. 레이싱 경기에서 레이서가 왼손으로 열쇠를 꽂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해 출발 시간을 줄이도록 한데 착안한 것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포르쉐 파나메라

디자인 역시 두 모델 모두 멀리서 봐도 '포르쉐'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보닛보다 높게 솟아오른 헤드램프는 개구리의 눈을 연상케 한다. 차량 전체를 감싼 부드러운 곡선은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살짝 넓어진다. 포르쉐 '패밀리 룩'이다.

쿠페에서 SUV·세단 형식으로 바꼈을 뿐 성능(엔진)·철학(왼쪽 시동키)·디자인(패밀리 룩)은 포르쉐의 것 그대로인 셈이다.

◇포르쉐 '감성'도 그대로=그렇다면 달리기 '감성'은 어떨까? 아이들링(정지상태에서 엔진저속회전)시 "그릉~그릉"하는 엔진음이 우선 들린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수록 엔진 실린더 내부의 폭발 주기가 빨라지며 "바아아앙~"하는 포르쉐 특유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낮고 묵직하며 수백 겹 쌓아놓은 듯한 깊은 질감의 소리다.

엔진음에 취한 찰나의 시간이 지나자 바로 급커브가 보인다. 실제 주행에서는 제원상의 제로백이 무의미할 만큼 가속이 빨리 느껴진다. 코너 직전 급브레이크를 밟자 시속 200km의 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역시 찰나에 벌어지는 일이다.

코너를 돌기 위해 핸들을 꺾자 날카롭게 돌아나간다. 면도날로 얼음판을 긁는 느낌이다. 칼같이 날카롭지만 결코 벼랑 끝에 선 듯한 위태로움은 없다. 포르쉐 토크 백터링(PTV)이 적용된 때문이다. PTV는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 안쪽 뒷바퀴에 적당한 제동을 가해 코너를 보다 빠르게 돌면서도 언더 스티어를 원천적으로 줄여 주는 장치다. 순식간에 코너를 탈출하자 속도를 더 높여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형적인 포르쉐의 달리기 감성이다. 다만 SUV와 세단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미세한 차이는 있었다. 카이엔 터보는 가속페달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파나메라 터보는 이보다 다소 민감했다. 서스펜션 세팅도 카이엔쪽이 더 부드러웠다.

이만하면 일상생활에서의 활용성이 높으면서도 '포르쉐처럼' 달리는 SUV와 세단의 혁명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카이엔·파나메라 앞세워 '포르쉐 바이러스' 전파=포르쉐의 '혁명'은 일단 성공했다. 카이엔과 파나메라의 판매는 현재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 50% 이상을 차지하며 전체 포르쉐 매출을 올린 일등 공신이 됐다.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올해 상반기 세계시장에서 3만9972대(카이엔 2만8405, 파나메라 1만1567)가 팔렸다. 같은 기간 포르쉐 전체 판매는 6만4951대 였다.

국내시장에서의 인기는 더 높다. 1~7월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635대(카이엔 383, 파나메라 252)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시장 전체 판매 738대의 86%가 카이엔·파나메라였다. 카이엔과 파나메라의 선전에 힘입어 포르쉐는 올해 7월까지 이미 지난해 판매량 705대를 훌쩍 넘긴 상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의 활용성이 높은 SUV와 세단의 형식을 통해 '포르쉐 DNA'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포르쉐가 '잘 팔리는' 카이엔과 파나메라에만 주력한다면 골수 당원들의 '포르쉐의 변절'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포르쉐는 카이엔과 파나메라를 앞세운 수익을 통해 오로지 달리기 위한 스포츠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최근 출시된 하이브리드 슈퍼카 '918 스파이더'에는 500마력을 발휘하는 V8 엔진에 218마력급 전기 모터 두 개가 탑재됐다. 제로백 3.2초에 불과한 폭발적 가속력을 갖추면서도 연비는 무려 33.3km/L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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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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