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폭우에 침수된 중고차를 식별하는 방법이 관심을 모았다. 폭우 피해 차량이 1만 대가 넘어 이 중 일부가 중고차 시장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침수차가 정상 중고차로 둔갑해 버릴 위험이 상존할 정도로 거래 관행이 아직 후진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간 이중계약, 주행거리나 사고 조작, 허위 성능점검, 미끼 매물 등이 중고차 시장의 문제로 지적돼 왔다.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정부나 관련 업계도 이를 개선하기 애를 쓰고 있으나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제대로 된 해법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당사자 거래만 잘 컨트롤해도 피해의 절반 이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천에 매매단지를 개설한 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거래는 연간 200만대 규모다. 이 가운데 매매센터 등 당국에 등록한 사업자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는 120만대로 약 6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개인끼리 사적으로 이뤄지는 당사자 거래다.
문제는 이 당사자 거래의 대부분이 '위장 당사자 거래'여서 일반 소비자들이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위장 당사자 거래'란 표면적으론 사업자 거래형태지만 실질적으론 이중계약서를 작성할 뿐 사적인 거래라는 것이다.
위장 당사자는 차 주인에게서 차를 매입한 뒤 사업자로 이전 하지 않은 채 구매자에게 되판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행적을 감춘다. 중개수수료 수입에 대한 과세도 피할 수 있다. 딜러들은 운영비를 내지 않기 위해, 또 상사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사업자로 이전하는 것을 꺼려 '위장 당사자' 거래도 늘어난다고 한다.
반면 이웃 일본에선 당사자 거래가 거의 없고 대부분 공인된 사업자 거래로 중고차 매매가 이뤄진다고 업계 전문가들이 전했다. 우리 당국도 중고차 딜러의 신분을 미리 확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들에게 1차적인 책임을 지우는 공인 딜러제라도 채택해 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