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전?" 아찔한 순간 넘긴 전력당국

"또 정전?" 아찔한 순간 넘긴 전력당국

정진우 기자
2011.09.16 17:31

초유의 정전사태, 전력당국 비상... 수요절감·예비확충에도 오후 한때 예비전력 '뚝'

↑ 한국전력거래소 상황실 모습.(사진: 한국전력거래소)
↑ 한국전력거래소 상황실 모습.(사진: 한국전력거래소)

'380만kW'

16일 오후 1시42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상황실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비전력 안내판에 찍힌 숫자가 400이하로 순식간에 떨어진 것이다. 최대전력수요는 6720만kW. 상황실에 비상이 걸렸다. 상황실을 지키고 있던 전종택 중앙급전소 소장을 비롯해 거래소 관계자들은 전날의 악몽을 떠올렸다.

전날에도 오후 2시를 넘어 예비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300만kW는 물론 200만kW 아래로 떨어졌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자 당황한 거래소 직원들은 100만kW 아래로 떨어지면 실시해야 하는 전기 공급 차단(순환정전)을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예비전력이 400만kW 아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단계가 '관심'단계로 격상된다. 관심단계에선 관공서 냉난방 가동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실제 이날 오후 서울시청 등 일부 관공서는 냉방기 가동을 멈췄다. 예비전력이 300만kW이하면 '주의', 200만kW이하는 '경계', 100만kW 밑으로 떨어지면 '심각' 단계로 올라간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전날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상황판을 뚫어지게 지켜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리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예비전력은 오후 3시까지 380만∼400만kW 안팎에서 움직였다. 3시 이후엔 다행히 440만kW를 넘으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후 더 이상 비상상황은 없었다. 4시를 기준으로 예비전력은 420만kW(예비율 6.3%)를 보이며 고비를 넘겼다. 전력수급 단계는 '주의'에서 '관심'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

전종택 소장은 "오전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오후 들어 어제처럼 전력수요가 많이 늘었다"며 "오후에 한때 부하가 걸려 '주의' 단계로 갔는데 다행히 어제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등 전력당국은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비전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일부 지역의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 전력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320만kW 규모의 전력수요를 절감했다. 최대전력 수요 예측치를 7020만kW에서 6700만kW로 끌어내린 것이다.

또 56만kW 규모의 삼천포화력 2호기를 추가 가동함으로써 총 7121만kW의 공급 능력을 갖추는 등 예비전력을 421만kW(예비율 6.3%)에 맞췄다. 특히 예상치 못한 전력수요 급증과 발전기 고장 등에 대비, 295만kW(자율절전 190만kW, 직접부하제어 105만kW)의 비상 수요 자원을 따로 준비하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예비전력을 가동, 전력수급 안정을 유지할 방침이었다.

염병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오늘도 오후 한때 비상 상황이 연출될 뻔 했지만, 잘 넘겼다"며 "다음 주 부터는 서울 최고 기온이 21∼24도로 예상되는 등 기온이 떨어져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력수급 비상대비 태세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수요 예측 실패로 초유의 정전사태를 초래한 거래소가 '전력시장운영규칙'을 어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력시장운영규칙은 전기사업법에 근거를 두고 전력거래소가 만든 규정이다.

규칙에 따르면 거래소 중앙급전소장은 경보발령 요건발생 시 전력수급상황과 경보발령 단계를 작성한 뒤 지식경제부 장관과 경보발령권자(전력거래소 운영본부장)에게 보고토록 돼 있다. 하지만 거래소는 상황이 다급해 예비전력이 100만㎾ 미만이었을 때만 가능한 단전 조치를 단행해 사상 초유의 전국 단위 정전사태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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