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차전지도 '치킨게임' 할까

[기자수첩] 2차전지도 '치킨게임' 할까

반준환 기자
2011.11.18 06:20

"지금은 설비증설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조만간 어려운 시기가 닥칠 것입니다. 미국에 다녀왔는데 기업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더군요. 물론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겠지만…."

얼마 전 한 행사장에서 만난 구자영SK이노베이션(146,200원 ▼3,600 -2.4%)사장에게 2차전지시장의 전망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구 사장은 평소 2차전지사업을 SK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의외였다.

시장을 어둡게 보는 이유에 대해 그는 "세계적으로 2차전지에 대한 과잉투자가 진행되는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엔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완성차업체들의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있는데, 이들이 예상만큼 발주를 받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는 것이다. 곧 2차전지시장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고, 이를 기회로 사업확장 등 다양한 구상을 한다는 구 사장의 표정은 진지해 보였다.

물론 이 예상이 맞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2차전지는 한창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고 노트북을 비롯해 전기차 상용화 등 잠재수요도 상당하다.삼성SDI(695,000원 ▼17,000 -2.39%)LG화학(397,000원 ▼10,500 -2.58%), SK이노베이션 등 완제품업체를 비롯해GS(81,900원 ▼200 -0.24%)칼텍스,포스코(462,000원 ▼7,000 -1.49%)등 소재기업들의 설비확장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만 구 사장의 말대로 시장이 예상과 달리 움직일 가능성은 충분히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간 2차전지 관련 투자는 대부분 전기차시장 활성화를 염두에 둔 것인데, 진척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고속전기차 '블루온'을 양산한다고 했으나 가격과 충전인프라문제 때문에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충분한 현금을 바탕으로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무작정 뛰어든 중소기업과 주식투자자들은 곰씹어볼 대목이다.

최근 태양광부품·소재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업체가 막대한 태양전지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든 결과 레드오션에 예상보다 빨리 도달한 때문이다. 정부도 국내외 시장을 점검해 과잉투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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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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