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광물자원공사가 건립한 세계 최초 희토류 비축기지 가보니

서울에서 자동차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3시간 달려 도착한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북새만금. 새만금 방조제 주변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된 탓에 길게 뻗은 왕복 4차선 산업도로 외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간척사업으로 막은 바닷가 쪽으로 차를 돌리자 조달청이 원자재, 전략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세운 대규모 비축기지가 나왔다.
축구장 4개를 붙여놓은 규모(3만148㎡, 9136평)의 이 기지엔 수십 개의 창고가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기지 입구 왼쪽에 새로 건립된 쌍둥이 창고(1489㎡×2개동)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150억 원을 들여 지난 15일 준공한 세계 최초의 '희토류 전용 특수 창고'다.
창고 안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나왔다. 곳곳에 센서가 장착돼 365일 일정한 온도(20도)와 습도(50%)가 유지되고 있었다. 희토류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다. 희토류는 광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장기간 실온에 그냥 놓아두면 산화되거나 변질된다.

내부엔 1m 높이의 파란색 통이 수백 개 줄 지어 있었다. 가까운 통의 뚜껑을 열었다. '흰색 가루'가 가득 차 있었다. 말로만 듣던 희토류(탄산세륨)였다. 희토류는 란탄(lanthanum), 세륨(cerium), 디스프로슘(dysprosium) 등의 원소를 일컫는다. 이 원소들이 1·2차 가공작업을 거쳐 약간 굵은 소금과 같은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탈바꿈돼 △촉매제(석유정제,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 △형광재(디스플레이, 형광램프) △연마제(브라운관 연마, 정수처리) 등으로 쓰인다.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으면서도 열을 잘 전달해 전기차 배터리, 삼파장 전구, LCD 연마광택제, 가전제품 모터자석, 광학렌즈 등을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희토류를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희토류는 매장량이 적은 희귀한 광석이다. 전 세계에 1억1400만 톤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다보니 나라마다 희토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지난해 9월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영토 분쟁을 벌일 때,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 전자업계는 중국 측 압박에 바짝 긴장했고, 일본 정부는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희토류가 무기로 활용된 셈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48%가 넘는 5500만 톤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생산량의 97.3%(13만 톤, 2010년 기준)을 생산하는 등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탄산세륨으로 분류된 이 하얀색 가루의 가격은 톤당 1억 원에 육박한다. 중국과 일본의 분쟁이 있기 전까진 이렇지 않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톤당 800만∼900만 원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가격이 10배 이상 치솟았다. 가공 전 탄산세륨의 가격은 지난해 1월 kg당 4.15달러였는데, 지난달엔 56.86달러(최고가격: 2011년 7월 156.88달러)에 거래됐다. 영구자석에 들어가는 디스프로슘 가격은 같은 기간 kg당 151.3달러에서 2910달러로 20배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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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와 광물자원공사가 희토류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광물공사는 지난 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잔드콥스드리프트 희토류 광산 지분(10%) 인수에 성공했다. 생산이 시작되는 2016년부터 국내 연간 수요량(약 3000톤)의 2배인 6000톤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공사는 올해 말까지 이 특수 창고에 262톤의 희토류를 보관하고, 오는 2014년엔 15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2014년엔 동해안쪽에 가공 공장까지 지어 '개발→비축→가공'으로 이어지는 희토류 생산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신종 광물공사 사장은 "남아공에서 희토류 광산 지분을 인수한 것처럼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희토류 해외 자원개발을 확대할 것"이라며 "국내에선 비축 물량을 늘리고, 가공 공장을 세워 희토류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