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것만 들어선다면… "전기요금 반값"

아파트 이것만 들어선다면… "전기요금 반값"

서귀포(제주)=정진우 기자
2012.02.16 06:19

[르포]제주도 모슬포 '세계 최초 횡류형수직 풍력발전기' 실증단지 가보니

↑ 제주도 모슬포에 건립된 실증용 풍력발전기
↑ 제주도 모슬포에 건립된 실증용 풍력발전기

'프로펠러 없는 풍력발전기?'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기술이 눈앞에 펼쳐졌다. 14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모슬포항. 해안가에서 평지 쪽을 바라보니 8층 높이의 녹색 철제 골조물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빌딩이나 아파트는 아니었다.

건물로 다가가자 '세계 최초 횡류형수직 풍력발전기'란 플래카드가 보였다. 이 건물은 가로와 세로 각각 16m에 30m 높이의 실증용 풍력발전기였다. 풍력발전기라는데 프로펠러는 없었다. 육각형 모양의 발전기에선 소음이나 진동이 미미했다. 그동안 국내 여러 풍력단지에서 봐 왔던 풍차형 풍력발전기와 전혀 달랐다.

건물 옆 상황실에 들어서자 여러 대의 모니터가 작동하고 있었다. 4∼6층에 각각 설치된 발전설비의 가동이 실시간으로 체크되고 있었다. 바람의 세기는 9m/s. 세 개의 발전기가 만들어내는 전기량은 10kW. 한가구가 통상 시간당 0.5kW를 쓴다고 가정하면 20가구가 쓸 전기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서 생산한 전기는 상황실 등에서 자체 소비하고 있는데, 남는 전기는한국전력(41,250원 ▼2,450 -5.61%)에 판매도 가능하다.

이 풍력발전기는 바람의 압력차를 이용해 돌아가고 있었다. 발전기 터빈 앞부분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이용, 압력차로 회전축(발전기 내부기기)을 돌려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하늘에서 비행기 창문을 열 때 압력차로 내부 물건이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가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4∼5m/s의 바람(3m 높이의 나뭇가지가 앞뒤로 흔들릴 정도)만 있으면 가동이 되고 에너지 효율은 약 70%에 달했다. 일반 프로펠러 풍력발전기(40∼50%)보다 높은 수준이다.

↑ 아파트나 건물 옥상에 세워질 경우 모습.
↑ 아파트나 건물 옥상에 세워질 경우 모습.

기존 풍력발전기는 소음 등으로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질 않지만, 이 발전기는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풍질(風質)만 좋다면 서울 등 도심지 고층 아파트 위나 빌딩 옥상에 4~5개 층 높이로 설치가 가능하다. 30층 높이 빌딩 옥상(지상으로부터 100m 높이)의 풍속이 해안가처럼 5∼6m/s 정도만 되면 이 발전기를 통해 해당 건물 소요 전력의 40~50%를 충당할 수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 에너지 소비량(2억6260만9000toe) 중 신재생에너지(685만6284toe) 비율이 2.61%로 걸음마 단계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5%(17만5644toe)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풍력 신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풍력발전기를 국내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것. 철골을 비롯해 산업용 자제를 만드는 JK엔지니어링(JK ENG)이 지난 3년여 동안 170억 원을 투입, 지난해 말 개발했다. 국내에선 특허를 받았고, 국제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제주도에서 실증이 완료된 JK-16M 모델은 민간에 즉시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다. JK ENG는 우선 풍질이 좋은 제주도 등 도서지역과 해안가 설치가 목표다. 이후 서울 등 고층 빌딩이 많은 대도시 진출도 계획 중이다.

현재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인증을 앞두고 있는데, 인증을 받으면 공공기관에도 설치가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아파트 옥상에 건립돼 전기를 생산, 입주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JK ENG는 앞으로 15층 높이로 모듈화 해 165kW(300가구 쓸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만들 계획이다. 또 다양한 규격(20∼30층)으로 만들어 북유럽과 내몽고 등 해외에 팔 계획이다.

하지만 이 회사도 일반 중소기업처럼 자금과 인력이 부족해 연구개발 시스템이 열악했다. 은행권에선 담보가 있어야 자금을 빌려주기 때문에 개발자금을 끌어오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 우수 연구 인력이 필요하지만, 역시 중소기업이란 한계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회사 관계자들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수윤 JK ENG 사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제품을 생산해야하는데 은행권에서 담보가 있어야 돈을 빌려준다면서 자금 지원을 꺼려한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대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결국 기술도 유출되고 우리같이 기술로 먹고 사는 중소기업은 제대로 클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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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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