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인 CEO의 성공비결은 '김치 사랑'

[기자수첩]외국인 CEO의 성공비결은 '김치 사랑'

류지민 기자
2012.03.29 07:56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에쓰오일 본사에서는 4년간 에쓰오일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다 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가는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전 CEO의 퇴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도가니탕 좋아하구요, 과메기랑 진주비빔밥도 너무 좋아합니다. 김치는 이틀만 안 먹어도 정말 참기 힘든데 사우디로 돌아갈 때 꼭 가져가려고 합니다"

지역별 특산 음식을 줄줄 읊는 수베이 전 CEO는 이미 반은 한국 사람이었다. 본격적인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그의 경영성과와 한국 생활을 담은 영상물이 스크린에 흘러나오자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영상 속에서 그는 한복을 입고 한국음식을 먹으며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한국을 이해하려는 그의 이런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2007년 부임 당시 15조2187억원이던 에쓰오일의 매출은 지난해 31조9000억원을 기록해 4년 새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다른 나라에 부임하는 CEO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하워드 스트링거 일본 소니 회장, 마이클 우드포드 올림푸스 사장, 제스 바탈 노무라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모두 각 회사 최초의 외국인 CEO였다.

어설픈 퓨전음식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국적 불명의 잡탕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처럼 외국인 CEO들은 때때로 합리성을 강조하는 서구식 경영모델을 무리하게 도입하려다 그 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기업문화와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을 내곤 한다.

최근 국내에 외국인 CEO들이 늘어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바이오사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크리스토퍼 갤런 박사를 영입했고 한화케미칼도 CEO에 폴 콜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했다. 기업은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의 기술과 경험을 가진 외국인 CEO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눈앞의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한국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그 안에 얼마나 녹아들어갈 수 있느냐에 외국인 CEO들의 성패가 달려있을 것이다. 바다를 건너 한국에 온 그들이 떠날 때는 김치 한 상자씩을 품에 안고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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