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르노삼성에 무슨일이②] 인수대금, 무이자에 적자땐 납부연기...12년째 47% 안갚아
-'로열티' 눈덩이 급증...2010년엔 1천억 돌파
-이익 내면 '인수대금' 빨리 갚아야 하는 구조
-12년째 인수대금 절반 안갚아...노조 "고의 적자 의혹"
르노닛산이 2000년 르노삼성 출범 이후 기술사용료(로열티)만으로 4944억원을 받아 간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 인수에 들인 돈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정작 인수대금 6150억원 중 2844억원은 아직 지급하지 않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과 르노삼성,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르노닛산이 2000년 이후 르노삼성으로부터 받은 로열티는 총 4944억원에 이른다. 배당금 597억원을 합치면 5541억원을 가져갔다.
르노닛산은 2000년 36억원을 시작으로 2001년 201억원, 2002년 341억원, 2003년 153억원, 2004년 144억원, 2005년 296억원, 2006년 366억원의 기술사용료를 가져갔다.
로열티 금액은 2007년 406억원, 2008년 416억원 2009년 550억원으로 점점 늘었으며 2010년 1142억원, 2011년 928억원 등으로 커졌고, 적자가 난 해에도 어김 없이 받아갔다.
배당금은 2007년 413억원, 2009년 260억원, 2010년 72억원 등 모두 세 차례 받아 갔다. 로열티 총액은 르노닛산그룹이 삼성자동차 인수에 투입한 돈 2090억원의 2.4배 규모이며 배당금까지 합할 금액은 르노닛산이 투입한 돈의 2.7배 규모다.
르노닛산은 2000년 삼성자동차로부터 자동차사업 관련된 자산과 부채의 일부를 6150억원(5억6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중 1540억원은 계약당사자인 삼성차에 지급했고 나머지 4610억원은 삼성차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한 15개 금융기관에 주기로 했다.
인수 직후 지분구조는 르노그룹BV(네덜란드 법인)이 70.1%, 삼성카드, 삼성캐피탈 등 삼성계열사들이 19.1%, 채권단이 10%를 보유했다.
2006년 르노닛산은 채권단으로부터 지분 10%를 550억원에 매입했다. 초기 지급된 대금을 합쳐 르노그룹이 르노삼성 인수에 실제로 투입한 금액은 2090억원인 셈이다.
잔금격으로 남아 있던 4610억원은 르노그룹의 자금이 아니라 르노삼성이 벌어들인 돈으로 갚는 구조였다. 이 금액 중 지난해 말 기준 2844억원이 미지급 상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인수대금 잔금이 무이자인데다 납부방식이 이익을 내야만 돈을 갚아가도록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당시 매각이 급했던 채권단의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르노삼성이 이익을 많이 내면 배당도 늘릴 수 있지만, 그만큼 빨리 채권단에 빨리 돈을 갚게 되므로 흑자를 낼 유인이 그만큼 떨어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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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르노와 삼성차 채권단은 인수대금 잔금을 3가지 방식으로 나눠 갚기로 했다. 첫번째(타입1)는 1140억원을 매년 일정금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방식이다.
두번째(타입2)는 1140억원을 타입1처럼 돈을 주되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이 플러스여야만 돈을 지급하고 마이너스이면 한해씩 지급일정을 미루는 방식이다.
세번째(타입3)은 EBIT가 플러스가 될 경우 이익의 10%를 갚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2330억 원을 갚기로 했다.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은 두번째와 세번째 방식이다. 이로 인해 이익이 나지 않을수록 ‘무이자 차입’ 효과를 볼 수 있어 르노삼성 입장에선 굳이 이익을 낼 필요가 없다.
실제로 2004년 2009년 2011년 등 3번의 영업 적자를 봤기 때문에 두번째 방식에 따라 갚아야 하는 1140억원은 지급기한이 3년이 연장되게 됐다.
세번째 방식도 영업이익이 적거나 적자가 날수록 무기한 지급을 늦출 수 있다. 이런 방식 때문에 인수대금의 절반 가까운 돈(47%)을 인수한 지 12년째인 지금까지 갚지 않고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금속노조 르노삼성 지회)에서 “2010년말에 작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2011년에) 48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고의적자 가능성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인수대금 지급구조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2010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률이 0.7%에 지나지 않은 것 역시 이같은 인수대금 상환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매출을 극대화하되 이익을 적게 내거나 손실을 내면서 인수잔금 상환을 늦추고, 배당금 대신 기술사용료 명목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게 르노닛산으로선 최상의 선택인 셈이다.
“르노닛산이 핵심부품을 고가에 들여와 완성차를 저가에 팔아 르노삼성이 ‘더 생산할수록 더 손해 보는 구조’’라는 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업계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