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하이닉스 같은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최근에 만난 대우일렉 관계자의 말이다. 하이닉스가 SK로 인수된 이후 일본 반도체의 자존심인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러움이 더 커졌다고 한다.
대우일렉 사람들이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감정은 특별한 구석이 있다. 동병상련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닮아 있어서다.
대우일렉은 지난 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2000년 1월 워크아웃이 시작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001년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대우일렉은 반도체와 무선중계기, 신사옥, 방산 등 비주력사업에 이어 카오디오 사업부 등을 줄줄이 매각했다.
매각이 수차례 무산된 것도 ‘닮은꼴’이다. SK하이닉스가 탄생하기까지 세 번이나 매각 작업이 무산됐었다. 대우일렉 역시 2006년 인도 기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불발됐고 이후 모건스탠리PE(2008년)와 리플우드 컨소시엄, 이란계 가전업체 엔텍코프그룹 등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모두 중도 하차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공통점이다.
대우일렉 역시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냉장고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알제리에서는 드럼세탁기가, 베네수엘라에서는 전자레인지가 당당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월풀이나 GE, 지멘스 등 해외 가전업체에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여러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기술력과 품질만큼은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우일렉은 5일, 2년 만에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한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신병기’들도 여럿 준비했다"는게 회사 관계자 말이다. 이달부터는 매각 작업도 재개될 예정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 고통의 나날을 보냈더라도, 품질과 기술을 지켜낸 기업들은 '하이닉스 같은 날'을 볼 수 있다는게 시장의 '상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