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쟁사 몰락..삼성전자 마냥 기쁘지 않은 이유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한 관계자가 전한 요즘 사업부 분위기다. 외부에서 볼 때 삼성전자 반도체는 그 어느 때보다 자축할 일들이 많은 상황인데 반응은 180도 다르다.
메모리 업계에선 시장을 제패하고 본격적으로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에서 막대한 이익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메모리 분야도 순조롭다. 최근 TSMC가 독주하고 있는 20나노급 공정에서 AMD와 엔비디아 등이 삼성과 손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취약했던 파운드리 부문까지 삼성전자의 부상이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 스스로는 기쁘지 않을까. 이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고객사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이고 고객사들이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최근 IT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워지는 고객사들도 많은데 우리만 잘 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
경쟁사이면서 동시에 고객사나 협력사인 경우가 많아진 요즘 일방적인 독주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갑'님의 안위를 걱정하며 자신만 잘된다고 좋아할 수만 없는 전형적인 '을' 마인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애플, 모토로라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소송까지 불사하며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도중에 삼성전자 반도체는 '스마트 월드'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며 고객사와의 관계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
삼성전자라는 이름을 함께 쓰고 있지만 반도체 사업부와 무선사업부가 별개의 회사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아는 이들에겐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반도체를 사주는 고객이라면 갤럭시S의 경쟁자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고객사를 대하는 '을' 마인드가 있을 뿐. 최첨단 반도체는 '삼성 무선사업부의 몫'이 아니라 반도체 사업부 '최고 고객'의 몫이다.
얼마 전 반도체 관련 고위 관계자는 경쟁사와 업계 동향에 대한 질문에 우문현답했다. "경쟁사보다는 우리 내부에서 고객사와 소비자의 니즈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그것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
파운드리에서 전해질 낭보를 묻는 질문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싱긋 웃더니 한마디로 답을 끝냈다. "고객사와 관련된 얘기는 할 수가 없죠." 세계 최고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쟁력은 '을 마인드'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