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부품을 만드는 국내 한 중견기업은 지난 2010년말 국내 정규직 직원수가 1800명이 넘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인 지난해 말에는 200여 명으로 줄었다.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지만,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국내 직원 대다수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지난해 매출액 4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직전해보다 50% 이상 성장한 한 부품 기업은 전체 직원수가 1년 동안 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액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서는 또 다른 부품 기업의 정규직 직원수는 100명이 되지 않는다.
산업현장에서는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인식돼 온 중소·중견 기업 사이에서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핵심 분야인 전자 부품 업계에서 이 같은 현상이 심해지는 추세다. 특히 전자 부품 기업의 상당수가 수익성 강화 등을 위해 해외로 진출하면서 국내에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인건비 절약을 통해 생산 원가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완제품 생산 활동이 점차 중국 등 해외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일자리의 해외 유출이 어쩔 수 없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세계 휴대폰, TV 1위 기업에 올라선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해외 직원수가 국내 직원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협력사의 경우 해외로 같이 나가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자 부품을 만드는 한 중견 업체 사장은 생산직 직원 전체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정도로 일자리 창출에 사명감을 가진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1~2년간 제품 생산 비중이 중국 공장으로 급격히 넘어가면서 국내 직원 대다수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친구처럼 격의없이 지냈던 이 사장은 '구조조정' 이후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대기업의 고용확대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중견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일 수 밖에 없다.
"몇 달을 고민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나중을 기약하자는 얘기밖에는 하지 못했다"고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