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터쇼 출입 비표를 빨리 받기 위해서는 비표 발급 창구 직원에게 스와치 시계를 주면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모터쇼장에 빨리 입장한 기자분들이 있다고 하네요"
지난 달 23일 개막한 '2012 베이징모터쇼' 현장에 나돌던 풍문이다.
소문의 진위여부를 떠나, 베이징 모터쇼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 치러야 할 '비용'은 스와치 시계 하나 수준은 아니었다.
베이징모터쇼는 전 세계 주요 모터쇼 가운데 취재 인프라 부분에서 '최악'의 모터쇼다. 1만500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리지만 미디어등록증을 확인하고 비표를 발급해주는 창구는 단 8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 시간에 모터쇼장에 입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입장을 한다 해도 마감시간에 맞춰 기사를 송고하는 것 역시 어렵다. 모터쇼장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랜선은 100개가 채 안된다. 기사 송고를 위해서는 15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마감시간이 임박해 신경이 날카로와진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랜선을 차지하기 위해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살벌한 풍경도 연출됐다.
그렇다고 베이징모터쇼를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베이징모터쇼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 모터쇼로 성장했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독자들의 관심도 높다. 제 발로 기자들이 찾아오니 문제점 개선이 안된다. 빠른 입장을 위한 뇌물과 랜선 쟁탈전은 매년 반복되는 데자뷰 현상이다.
기자들이 이러할 진데 중국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이익을 남기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어느 정도일까.
현대·기아차(151,800원 ▼5,100 -3.25%)는 독자브랜드를 통해 현지에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기술력을 노린 중국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영향이 클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에 독자브랜드 출범과 기술이전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은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말도 들린다.
모터쇼장의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에서 치러야할 비용,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는 셈이다.
그 비용이 '스와치 시계'라면 다행이지만 '핵심 기술'이라면 현대·기아차도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