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매각, '골프장 소유권'에 발목

동양생명 매각, '골프장 소유권'에 발목

이상배 기자, 박종진
2012.05.09 06:06

보고펀드와 대한생명의동양생명(8,860원 ▲230 +2.67%)보험 매각 협상이 골프장 소유권 논란으로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이 가진 골프장의 실소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각주체인 보고펀드와 원매자였던 한화그룹 계열 대한생명 간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지난 2004∼2005년 동양레저는 골프장 2곳을 동양생명에 매각했지만 동양생명으로부터 사업권을 보장받았고, 동양레저가 원할 때 되팔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달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생명 매각 협상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한생명의 실사 과정에서 명목상 동양생명의 자산인 골프장의 실소유주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며 "대한생명 측이 보고펀드 측에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을 인수하더라도 자산 가운데 골프장의 사업권은 동양레저가 보유하도록 보장하고, 수년 뒤 동양레저가 원할 때 동양레저에 매각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대한생명에 전달됐다"며 "대한생명 입장에서는 주요 자산의 처분에 대한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동양생명을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양레저는 지난 1990년대말 동양생명 등으로부터 건설 자금을 빌려 2000년 경기도 안성 소재 회원제 골프장 파인크리크 C.C.(27홀)를 준공했다. 그러나 이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동양레저는 지난 2004년 파인크리크 C.C.의 토지 및 건물(1533억원), 2005년에는 강원도 삼척 소재 회원제 골프장 파인밸리 C.C.(18홀)의 토지 및 건물(600억원)을 동양생명에 넘기는 방식으로 차입금을 상당부분 상환했다.

동양레저는 이들 골프장 2곳의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동양생명과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소유권없이 2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 동양레저는 골프장 2곳을 동양생명에 매각하면서 향후 자금 여력이 생길 때 되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지난해말 현재 5683억원 규모의 투자부동산을 보유 중이다. 이 골프장 2곳의 부동산 가치가 2004∼2005년 취득가격 기준으로도 2100억원 이상임을 고려 동양생명의 부동산 자산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동양레저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그 장남 현승담 동양시멘트 상무보가 각각 30%, 20% 씩 총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편 동양레저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장부가 36억원 상당의 파인크리크 C.C. 기숙사를 포함, 장부가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담보로 우리은행으로부터 400억원을 차입한 상태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레저가 대출 담보로 제공한 파인크리크 C.C. 기숙사는 당초 동양생명에 매각하지 않은 주변 토지에 건립한 것"이라며 "파인크리크 C.C. 기숙사의 토지와 건물은 동양레저의 소유가 맞다"고 말했다. 파인크리크 C.C.의 기숙사는 출퇴근이 어려운 경기보조원(캐디)이나 코스 관리원 등이 묵는 건물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자산에 대한 중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위험을 떠안고 기업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며 "동양생명 매각을 위해서는 동양레저가 골프장을 곧장 되사는 등의 방식으로 골프장의 실소유 문제가 먼저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현재 동양생명 대신 ING생명 아시아·태평양사업부 인수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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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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