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관의 '시구'와 전기요금의 '불편한 진실'

[기자수첩]장관의 '시구'와 전기요금의 '불편한 진실'

정진우 기자
2012.06.18 13:32

지난 16일 오후 3만 명이 운집한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스 경기 시작을 알리기 위해 훤칠한 키의 중년 남자가 시구자로 등장했다. 등 번호 26번,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다. 홍 장관은 있는 힘껏 공을 던졌고, 그대로 포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장관이 왜 시구자로 등장했을까" 의아한 표정의 관중들이 많았다. 장내 아나운서의 "전기절약 홍보를 위해 홍 장관이 나왔다. 등 번호 26번은 여름철 실내온도 26도를 의미한다. 모두 절전에 동참하자"란 멘트가 나오자 비로소 환호성이 터졌다. 홍 장관은 시구를 끝내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발전소 건설을 위해 스트라이크를 넣었다. 국민발전소는 분명 건설될 것 같다. 아싸, 가자!"고 적었다.

홍 장관이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를 활용, 절전 메시지를 던졌다. 홍 장관이 직접 만든 절전 실천요령 '아싸, 가자!'는 '아끼자 2~5시, 사랑한다 26도, 가볍다 휘들옷, 자~뽑자 플러그'의 앞 글자만 떼어낸 것이다.

그런 홍 장관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전기요금이다. 요금이 너무 싼 탓에 전기 낭비 문제가 심각해서다. 홍 장관은 가급적 이달 안에 전기요금을 올릴 예정이지만, 녹록치 않다. "또 전기요금을 올리냐"는 거센 비난 여론에,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도 반대 입장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전기세'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전기사용 대가인 '요금'을 '세금'으로 이해하고 있어, 절전의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전기를 펑펑 쓴다는 얘기다. 세금은 나라에서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에게 거둬들이는 것으로, 전기라는 재화에 응당한 가치를 지불해야하는 요금과 전혀 다르다.

국민들이 '요금인상'을 곧 '세금징수'로 받아들이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선 장관의 시구 등 어떤 '절전 이벤트'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절전운동이나 요금인상보다 국민들이 "무조건 쓴 만큼 요금을 낸다"는 인식을 먼저 갖도록 해야 한다.

야구장에서 절전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던진 홍 장관, 몇 %의 요금을 올릴까 고민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요금'을 '세금'으로 인식하는 전기의 '불편한 진실'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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