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경영구조 전면 수술… 왜?

최태원 SK 회장, 경영구조 전면 수술… 왜?

이상배 기자
2012.10.30 05:33

새로운 시대에 맞는 '수평적 의사결정구조' 지향

"수직적인 체계가 아닌 수평적인 체계를 만든다는 것이 이번 그룹 운영체계 개편의 핵심이다. 1인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기존 지주회사 체제를 넘어서는 의사결정 구조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2012년 CEO 세미나'에서 합의될 SK그룹 운영체계 개편안의 취지를 이 같이 설명했다. 노키아와 닌텐도의 몰락에서 보듯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수직적인 1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선제적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권한과 책임이 회장 또는 지주회사로 집중되는데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 '지주사 성공' 바탕, 글로벌 시대 준비

SK그룹은 이번 그룹 운영체계 개편을 통해 종전의 '이사회 중심 체제' 또는 '지주회사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SK는 그동안 2번의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2004년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을 계기로 순환출자를 중심으로 한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사외이사를 강화하고 이사회 권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SK를 대표하는 경영철학인 ‘따로 또 같이’도 이때 만들어졌다.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과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투명 경영으로 거듭났다는 게 SK의 자평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취임 10주년을 맞아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한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했다. 현재의 지배구조인 ‘따로 또 같이 2.0’도 이 때 만들어졌다.

1.0 버전에서는 각 계열사의 생존조건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2.0에서는 지속적인 성과 창출과 투명 경영이 더 중시됐다.

SK의 지주회사 전환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지주회사 출범 직전 68조1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8.8%가 증가한 12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주회사 체제 출범 5년 만에 매출액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SK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카드를 꺼낸 것도 이같은 성공이 뒷받침된 결과다. SK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9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비전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특히 SK는 과거와는 달리 해외사업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출범한 SK차이나는 지난해에 약 5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중국 충칭에 중국 시노펙과 영국 BP 등과 총 투자비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하고 있고 터키 도우쉬 그룹과 5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 조성 및 전자상거래(e-Commerce)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 전선이 전세계로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내에 있는 지주회사가 모든 사업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행 지주회사 중심의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갈 경우 의사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이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기 쉽다.

SK가 지주회사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위원회와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주사→계열사, 회장→CEO '권력 분산'

이번 방안에는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자들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기존의 지주회사 중심의 그룹 경영체계는 종속적인 지위인 계열사의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일례로 SK그룹은 지난 5월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성장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의 4개 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들 위원회들은 지주회사가 주도하고, 계열사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따라서 계열사의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가 왜 그룹 관련 사업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느냐"고 반발할 경우 반박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현재 공식적으로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가운데 하나로 계열사 CEO급들이 참여하는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를 앞으로 계열사들 스스로의 의사에 따른 자발적 협의체로 전환시켜 나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각 계열사 CEO들이 나눠갖도록 하는 것도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SK그룹이 마련한 CEO세미나 자료 '따로 또같이 3.0을 통한 안정과 성장' 보고서는 "1인이 결정하는 슈퍼맨형 의사결정 방식은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지면 속도도 느려지고 실수도 나오고, 위험이 커져서 터지기도 하며 결국은 피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SK㈜는 SK경영경제연구소로부터 전달받아 CEO 세미나 자료로 준비한 '타 주요그룹 운영체계 현황: LG, 삼성을 중심으로' 제하의 보고서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어떤 회사의 이사회에도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으며 LG그룹의 경우도 구본무 회장은 지주회사 LG 외에는 LG경영개발원 정도에만 이사직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 회장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지주회사 SK 외에도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SK C&C의 등기이사로도 등재돼 있다.

SK그룹은 보고서에서 "계열사 CEO들이 그동안 그룹 운영에 제한적·수동적으로 참여해 왔다면 앞으로는 '그룹의 멤버'라는 인식으로 정신 재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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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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