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토요타와 J&J냐...선택은?

[기자수첩]현대차, 토요타와 J&J냐...선택은?

최인웅 기자
2012.11.05 06:00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이 갑자기 남양연구소의 수뇌부를 교체했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도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세대교체'라느니 '전장부품 강화'라는 추측 정도가 오갔다.

이들이 물러난 사정은 지난 주말에야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지난 3년간 13개 차종의 연비가 과장 표기된 사실이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로 알려진 것. 연비 테스트 과정에서 연비에 영향을 비치는 각종 저항 값을 미국 현지 사정에 맞게 설정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남양연구소 수뇌부는 이 사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지난 주까지 당시 이런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일에는 현대차 주가가 장중 5% 이상 급락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치웠고, "해외에서 '대규모 리콜' 같은 대형 악재가 나올 것"이라는 말들이 퍼졌다. 이때도 현대차는 특별히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음날인 2일 외신을 통해 연비 표기 문제가 보도되자, 그제서야 “북미 판매차종의 연비를 자발적으로 이미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한 배상액이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규모에 비하면 배상금액 자체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금액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장이 현지서 고객들에게 이례적으로 '대단히 죄송'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과한 것도 사안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대규모 리콜사태에 직면했던 토요타가 사실 확인에 시간을 끌고 등떼밀리듯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반면 1982년 발생한 존슨 앤 존슨(J&J)의 타이레놀 사건은 기업 위기관리의 고전적 사례로 인용된다. 시판중인 타이레놀에 누군가 청산가리를 주입해 사망자가 발생하자 존슨앤존슨은 사건을 쉬쉬 하지 않고 언론에 즉시 공개하고 협조를 구했다. 제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사안을 투명하게 알리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 이로 인해 총 2억달러가 넘는 손실이 발생했지만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소비자들로부터 얻게 된 신뢰는 돈으로 따지기 힘들 것이었다.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할 것이다. 역으로 존슨 앤 존슨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많다는 말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선택은 현대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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