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 추진은 시급한 일이 아닙니다. 급하게 진행하지 않을 겁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지난달 인수위를 출범할 당시부터 거듭 강조해온 얘기다. 늘어난 복지 재원 마련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민영화 문제는 '뒷전'이라는 뜻으로 비춰진다.
KAI 민영화 작업이 새 정부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업계는 정치적 변수에 눈치만 보고 있다. KAI 민영화가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차기 정권으로 가면서 결국 민영화 반대 목소리와 정치권의 입장이 맞물려 매각 건이 무산될 수도 있어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8월과 12월, 두 번의 입찰이 무산되면서 매각 일정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KAI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입찰포기를 알리면서 발을 뺐다. 현대중공업 또한 KAI 인수에 대한 꿈을 잠시 보류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2차 입찰이 유찰된 후 향후 매각 일정과 절차를 논의해야 할 주주협의회가 두 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 당장 주주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정책금융공사가 금융공기업의 특성상 새 정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KAI 내부에서는 새 정부가 민영화 작업을 중단해 주길 바라는 모습이다. 민영화 저지를 외치는 KAI 노조는 새 정부에서 민영화 작업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들은 1999년 적자 기업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을 굳이 민영화해야 하냐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KAI 매각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제시해야 한다. 항공우주 산업이 국력과 맞물려 있는 만큼 면밀하고 섬세한 로드맵 마련은 필수 요소다.
특히 나로호 성공으로 한국의 우주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은 만큼 더 이상의 정치적 논리로 업계에 혼란을 가중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