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자업계 고민, ‘반쪽짜리’ 공대생들

[기자수첩]전자업계 고민, ‘반쪽짜리’ 공대생들

유엄식 기자
2014.02.23 15:55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나왔다고 온전히 엔지니어라고 볼 수 없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학적부를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로 전공수업량이 모자라요”

국내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이다. R&D(연구개발)인력 확보에 수년 째 심혈을 기울이는 국내 전자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앞으로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는 대학 평균학점만 보지 않고 전공 필수과목 성적을 따로 뽑아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고위층으로부터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최근 취업문을 두드리는 이공계 졸업생 상당수가 전공에 대한 배경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다.

학생이 졸업한 학과를 믿고 선발했는데, 이와 전혀 별개의 교양과목 학점만 잔뜩 이수해 놓을 경우 전공의 의미가 무의미하다는 것.

통섭형 인재를 뽑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튼튼한 전공 기반 위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이공계 출신인데 정작 이공계에는 약하고 인문학에 강한 인재를 찾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얘기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취업준비의 장으로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스펙을 쌓으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기반으로 취업해 학문을 산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초적인 소양을 갖춰달라는 게 기업의 바람이다.

R&D에 매년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인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오너가 직접 해외 출장길을 떠나 발품을 팔며 연구 인력들에게 나중에 회사로 들어오면 엄청난 혜택을 주겠다고 설명회를 열 생각까지 했겠는가.

이공계이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나 인문계 출신이면서 공학적 능력을 발휘하라는 게 쉽지 않은 주문이라는 것을 기업들도 잘 안다. 그래서 전공이라도 제대로 습득한 사람을 찾겠다는 게 요즘 기업의 심정이다.

자신의 전공만이라도 열심히 하면 기업에 필요한 추가적인 부분은 기업이 비용을 들여서라도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이 작년부터 실시 중인 인문계 전공자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는 주목할 만하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 충실하면서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기업은 대학에서 배운 것이 실무에 당장 쓰이지 않더라도 기업발전의 밑바탕이 된다는 인식 아래 서로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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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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