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30여곳…노조 강경투쟁 '줄폐업' 위기…상생으로 공멸 막아야

# 3월 5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인 부산 광명해운대서비스 앞에서는 집회가 열렸다. 폐업을 철회하고 고용을 보장하라는 노조의 항의 시위였다. 광명해운대서비스는 오는 8일자로 문을 닫게 된다. 50여 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광명해운대서비스에 이어 경기도 이천의 삼성이천서비스와 충남 아산 삼성뉴텍도 오는 31일자로 폐업할 예정이다. 극심한 노사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직원들은 물론 기업까지 함께 공멸의 길로 접어든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현재 전국 109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가운데 30여 곳에서 노사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업무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직원들의 임금은 수리 건수에 연동되기 때문에 월급이 대폭 줄어들었다. 건물 임대료 등 상당수 고정비용은 그대로 인 상황이어서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 모두 조금씩 양보를 통해 회사와 일자리를 지키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 무너진 신뢰관계, 진실게임 공방
이날 집회에서 광명해운대서비스 노조 측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100만원 남짓의 임금을 받던 삼성전자 AS노동자들이 ‘과도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는 삼성의 주장은 터무니가 없다”며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2013년 8월 본사에 의한 지역 떼가기로 막대한 생계 압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18년차 근무자(부장)의 수령액과 임금명세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측의 설명을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앞서 지난달 13일 부산·경남 지역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대표자 일동은 지역 일간지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게재했다.
사측도 일부 직원들의 월급이 100만원에 못 미쳤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결과이지 회사가 의도적으로 임금을 삭감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광명해운대서비스 직원들 가운데는 월급(실수령액 기준)이 95만원에 불과한 직원도 있었지만 25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일부 직원은 300만원이 넘었고 399만원을 받은 직원도 있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100만원 남짓의 임금을 받아왔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비수기인 1분기(1~3월)에 월급이 100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100만원대를 수령한 직원도 있지만 300만원 넘게 월급을 받은 직원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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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악화 책임,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폐업을 놓고도 노조와 회사의 시각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노조는 의도적으로 경영을 악화시킨 ‘위장 폐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해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표이사의 건강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광명해운대서비스 노조는 지난해 8월 본사에서 전체 해운대구 12만9373세대 가운데 절반인 5만2954세대를 뺏어갔기 때문에 경영이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관할 지역이 줄어들다 보니 일감도 줄었고 결국 경영상황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파업으로 인해 서비스 지연이 많이 발생했고 고객 제품 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날이 다른 협력사에 비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고객들의 불만이 계속 됐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관할 구역을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대표이사의 건강악화도 폐업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광명해운대서비스 대표이사는 계속되는 파업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성 질환과 통풍’ 진단이 내려졌고 최근 수술까지 받았다. 아산의 삼성뉴텍 대표이사 역시 대사증후군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고 합병증으로 정상 보행이 힘든 상황이다.
◇ 풍산·한국중부발전 등 노사갈등 극복 성공사례서 배워야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태는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인해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제로섬 게임 양상”이라며 “과거 위기를 극복한 다른 기업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풍산의 경우 지난 88년 노사 분규로 5000여 명의 공권력이 투입되는 등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 덕분에 2000년 항구적 무쟁의, 무파업을 선언하고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노조는 임금동결, 회사는 고용안정으로 화답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 역시 2011년 7월 기업별 노조가 설립되면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접고 협력적 관계를 확립했다. 특히 지난 2012년 3월 보령화력 1호기에 화재사고가 발생, 창사 이후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이했다. 복구에만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자발적인 성금 모금에 나섰고 주요 일정을 미뤄가며 복구에 나선 결과 94일 만에 복구를 끝냈다. 수리 기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