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의 '잃어버리는 4년'

[기자수첩] SK의 '잃어버리는 4년'

김훈남 기자
2014.03.14 06:11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한진.' 2010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10대 그룹이다.

여기서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진도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자산매각으로 리스트에서 제외될 게 확실시된다. 불과 4년 새 나타난 재계의 판도 변화다. 하루 하루가 전쟁인 재계에서 4년은 회사가 흥망성쇠를 모두 겪을 수 있는 시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작년 1월 구속될 때부터 4년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는 21일 열리는 SK그룹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SK C&C 대주주 지위를 제외하고 SK그룹 내 공식 직함을 내려놓는다. 재계 3위, 자산 140조원의 글로벌 기업 SK가 '주인 없는 회사'가 되는 순간이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회사가 곧 재산인 오너와 태생적으로 '무한책임'이 불가능한 전문경영인의 경영판단은 속도와 질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M&A와 같은 굵직한 거래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데도 '오너'의 말 한 마디가 전문경영인의 1시간 브리핑보다 효과가 높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인지 SK는 최 회장 부재 후 STX에너지(SK E&S) ADT캡스(SK텔레콤),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SK에너지) 등 국내외 굵직한 M&A건에서 번번이 주춤했다.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전격 추진한 최 회장의 결정과 대비된다. 벌써 내부에서는 7년 간의 뚝심 있는 투자 끝에 최근 결실을 맺은 SK이노베이션의 '우한프로젝트' 같은 수조 원 규모의 해외사업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SK하이닉스다. 반도체 업체는 급변하는 시장의 특성상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경영판단이 필수적이다. SK에게는 최 회장 부재 4년이 '잃어버린 4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그룹은 40년간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등 국내 어느 기업보다 인재양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1974년 최종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금 수혜자는 3000명을 돌파했다.

최태원 회장이 공을 들였던 SK의 사회적기업 지원 활동은 사회적기업의 세계적 권위자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까지 극찬할 정도로 전세계 기업들에게 모범이 됐다. 그리고 이같은 활동의 혜택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왔다. SK의 '잃어버린 날들'이 비단 SK그룹 구성원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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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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