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가 올라도 우는 시멘트 업체

[기자수첩] 주가 올라도 우는 시멘트 업체

최우영 기자
2014.03.18 06:31

"요즘 업계 출입기자보다 증권부 기자들에게 더 많은 전화를 받네요."

최근 시멘트업체 홍보담당자들은 업황보다 주가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부분 업체가 3~4월 시멘트 판매단가를 톤당 7만3600원에서 7만8600~8만600원으로 인상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강세를 보였는데한일시멘트(17,550원 ▲90 +0.52%)성신양회(11,710원 ▼80 -0.68%)는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시멘트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의 하향안정세 등을 근거로 중장기 호황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마치 시멘트업계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정작 시멘트업계에선 영업이익과 같은 숫자를 과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설비를 가동이 가능할 정도만 최소한으로 유지·보수하면서 비용을 절감한다"며 "공장 외벽은 10년 넘도록 페인트칠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을 늘려 이익도 키우는 '확대균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축소균형'에 매달린다는 얘기다.

그간 구조조정도 간단치 않았다. 쌍용양회는 1998년말 2300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상반기 1000명 이하로 줄었다. 이 회사는 현대시멘트와 마찬가지로 본사 사옥도 매각했다. 주요 시멘트업체가 2001년 이후 최근까지 매각한 자산이 2조원 규모다. 97년 6200만톤으로 늘어난 국내 시멘트 수요는 지난해 4400만톤까지 줄어들었다.

일부 업체는 여전히 힘든 싸움을 벌인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동양시멘트는 최근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법원의 결정만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474억8300만원을 내며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다. 감자를 추진 중인데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멘트업계는 생존을 위해 단가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시멘트 가격이 상승하면 분양가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시멘트 투입 비중이 아파트 3.3㎡당 분양가의 0.9% 수준임을 고려하면 소비자 불만을 돌리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업계로선 10년 넘게 지속된 불황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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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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