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가 희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최근 공모한 재취업 성공기를 보면 일자리의 무게가 각별하게 느껴진다. 청춘을 불살랐던 직장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난 중장년층이 새 일터를 찾는 과정은 대부분 고난의 연속이었다. 눈높이를 낮추고, 체면이 깎이는 것을 무릅쓰며 지인에게 부탁을 해보고, 전혀 새로운 기술을 익혀도 일을 구하기가 녹록지 않았다고 했다.
그나마 이렇게 수기를 쓰게 된 이들은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지만 여전히 '희망'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아예 취업문을 열어보지도 못한 청년층에겐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 전쟁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 사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도 지금의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리 먼거리에 있지 않다.
정부가 정년연장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하려는 것도 일자리 확대 노력이라는 측면에선 조금은 이해가 된다.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면 일손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의 셈법이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 소위가 17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활동을 끝낸 데서 보듯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노사 합의가 어렵고, 이런 상태에서 법으로 강제하는 경우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환노위 소속 한 의원이 "노사간 입장차가 굉장히 큰 것을 확인했다. 지금으로선 입법이 쉬워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노동계는 법정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불법 상태를 해소하는 것인 만큼 기존 보수는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한 근로시간 감축만큼 보수를 낮춰야 한다고 맞선다. 정부가 임금보전과 같은 특단의 유인책 없이 노사갈등을 조정할 여지는 커보이지 않는데 가뜩이나 재정이 위축된 터라 인센티브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노사의 대립 지점인 임금체계 개편은 2016년 시행될 예정인 '정년 60세 의무화법'에도 복병이다. 상당수 기업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체계를 고수한 채 정년만 60세로 늦추는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이 부담을 낮출 수 있는데, 취업규칙 개정 때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규정상 이 제도 채택을 놓고 노사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의 파장은 청년층에게 튈 수 있다. 대한상의가 이날 공개한 기업 설문조사에서 정년 60세 의무화 때 신규채용이 줄어들 것이란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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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일자리 확충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조치'에 오히려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노사관계법 개정이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크다. 대형 사업장을 둔 기업의 경우 통상임금 이슈도 힘겨워 한다. 자동차업체들이 소속된 금속노조는 임금단체협상 공동요구안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포함시켰다.
"기업으로선 경기가 불투명할 때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모 그룹 임원의 얘기다. 그는 원가에 인건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인사 시즌이 아닌 데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나 임원감축이 잇따르는 것도 원가경쟁력 제고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들로선 고용확대가 아니라 축소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회사 존폐를 걱정할 처지라고 하소연하는 등 노사관계법 개정 움직임에 전전긍긍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들이다. 이들이 전향적으로 고용확대를 검토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정부의 우선과제가 아닐까 싶다. 중장년층, 아니 청년의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