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 가격 인상폭이 톤당 4000원선에서 결정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동양시멘트, 현대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성신양회가 톤당 7만7600원으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레미콘업체에 발송하면서다.
시멘트업계는 누적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격인상을 추진해왔다. 최근 3년새 대부분 시멘트업체가 흑자영업을 했지만 이는 누적적자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동안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진행한 구조조정은 처절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시멘트 7개사가 매각한 자산만 2조원 규모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7697명에서 4541명으로 41%가량 줄었다.
시멘트를 공급받는 레미콘업체들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인상안에 합의했다. 공은 이제 레미콘업체와 직접 협상을 벌일 건설사로 넘어갔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무대응 기조로 일관한다.
지난달 타결된 철근값 협상은 시멘트업계의 줄다리기와 비교된다. 대한건설사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지난달 21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과 톤당 71만원의 가격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 3월 가격 대비 1만5000원 인하된 수준이다.
당시 제강사 관계자는 "양측이 허심탄회한 자세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가격 타결은 물론 '선 출하, 후 정산'의 불합리한 관행까지 개선할 수 있었다"며 "비록 가격은 인하됐지만 철근값 협상의 좋은 선례를 남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등 좋은 결실을 얻게 돼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레미콘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제강사들 역시 사상 최악의 철강경기 불황에서 시장안정화라는 대승적 목표를 위해 한발 양보했다. 건설사들은 시멘트나 레미콘값 인상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통상 99.9㎡(30평)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양은 30톤가량이다. 톤당 4000원 인상 때 원가는 12만원 올라갈 뿐이다.
건설사들은 인하 가능성이 보이는 원가협상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가격구조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모든 건자재부문 협상에 나서야 한다. 시멘트, 자갈, 모래 등 비용과 전력 및 운송비용 부담까지 떠안은 레미콘업계가 적자로 전환되는 경우 그 불똥은 결국 건설사로 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