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직연금 정책 고용부, 금융위 방침에 제동

[단독]퇴직연금 정책 고용부, 금융위 방침에 제동

조성훈 기자
2014.06.05 06:26

고용부 "자사상품 편입 30%조정 미정"…금융위 방침과 배치돼 논란, 내년 7월 완전금지도 늦춰질 가능성 제기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은행과 보험, 증권 등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사 원리금 보장상품 편입한도를 연내 30%까지 하향조정한다는 금융위원회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급격하게 상품비중을 낮추면 시장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부처간 이견으로 퇴직연금 시장에도 적잖은 혼선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4일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사상품 편입비중을 낮추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행 50% 한도를 연내에 30%까지 낮추는 것은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사상품의 비중을 급격하게 낮추면 사업자의 상품구성시 원리금 보장 정기상품을 넣기 어려워져 시장에 충격파가 미칠 수 있다"며 "사업자의 적응 시간도 필요한 만큼 비중 축소 여부와 시기를 금융위와 추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측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위가 시장 모니터링이나 시뮬레이션 결과를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관보에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사 원리금 상품 편입제한 비율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게재했으나 28일 이를 별안간 삭제했다. 이같은 고용부 입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관보 삭제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한 은행권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며 고용부 등 부처간 협의가 사전에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연내 30%로 축소 방침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 감독규정 일부내용이 삭제된 관보
퇴직연금 감독규정 일부내용이 삭제된 관보

금융위는 2011년 12월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사상품 편입제한 비율을 70%로 낮췄다. 지난해 4월부터는 다시 50%로 추가 조정했다. 또 올해 30%, 내년 7월에는 0%까지 완전 금지하기로 일정을 수립했다.

그러나 고용부와의 입장차로 인해 이같은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는 지난 2월에 내년 7월부터 퇴직연금 신탁사업자가 자사 원리금 보장상품을 편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고용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의를 통과할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자사 원리금 보장상품 편입비중을 제한하는 것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자는 자사상품 대신 타사의 우량상품, 특히 금융투자상품을 편입하는 등 운용관리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실제 은행과 보험사 등은 자사 원리금 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근로자의 연금 수급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금융위로서는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의 틀이 최우선 가치일 수 있으나 우리에게는 자산의 안정적 유지도 중요한 가치"라며 "바람직한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원칙대로만 이뤄지지는 않는 만큼 현실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업계 일각에서는 고용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퇴직연금의 유연한 운용을 어렵게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금융위가 부처간 정책협의에 안이하게 나서 이같은 혼선이 초래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퇴직연금 사업자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불법영업이 판치는 상황에서 부처간 이견으로 금융당국이 공표한 정책까지 불투명해지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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