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석유는 경유와 등유의 가격 차이 때문에 생긴다. 등유에 매기는 세금을 경유 수준으로 올리면 될 것을 이상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주유소협회의 동맹휴업 관련 기자회견 중 나온 발언이다. 정부가 가짜 석유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석유거래상황 주간보고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내세운 반대 근거다.
원가가 비슷한 경유와 등유의 세금차이가 200~300원 정도 발생하고, 일부 사업자들이 경유에 등유를 섞어 그 차이만큼 이익을 취한다는 설명이다. 세금 차이를 없애면 가짜 석유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말이다.
듣는 순간 의구심이 뒤따랐다. 등유에 대한 세금을 올리면 소비자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를 지적하자 협회 측은 "바우처나 사후정산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들의 불편함은 안되지만 소비자는 불편을 감수해도 좋다는 주유소 업계의 인식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보고를 주간으로 할 경우 하루 4~5시간 추가 업무 부담이 생긴다"더니,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따른 정책적 낭비는 별개다.
정부의 주간보고 제도가 가짜석유를 없애는 근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없는 게 아니다. 보고 주기가 줄어들었을지언정 가짜석유를 만들 유인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현재 주간단위로 거래량을 보고하고 있는데, 일선 주유소의 보고 주기를 맞추는 만큼 가짜석유 제조업자에게 '압박'은 될 수 있다.
정부와 주유소협회 사이의 협상이 '동맹휴업 철회'로 정리된 것은 가짜석유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명분과 방식이, 협회의 것보다 한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논란 시작부터 휴업성립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던 것도, 결과적으로 협회가 '양치기 소년'이 돼버린 것도, 소비자를 외면한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짜석유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부도 아니고, 주유소 사장들도 아니다. 질 떨어지는 기름을 사서 차량을 운행하는 소비자다. 주유소업계와 정부 모두 소비자를 최우선에 둔 가짜석유 근절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내달 1일 시행되는 주간보고 제도는 비록 미봉책일지라도 그 첫 걸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