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국토부의, 국토부를 위한, 국토부에 의한 車연비 룰

[광화문]국토부의, 국토부를 위한, 국토부에 의한 車연비 룰

오동희 산업1부 부장
2014.07.02 06:34

 해외토픽에나 나올 만한 일이 지난달 26일 벌어졌다. 정부 4개 부처가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사안을 두고 서로 딴소리를 해 국민을 당혹스럽게 한 '자동차 연비 검증' 발표 얘기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4개 부처의 합동브리핑에서 산업부는 재검증 차량의 연비에 대해 '적합' 판정을,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국무조정실은 서로 다른 방법과 목소리를 미화해 '동네축구에서 아트사커로'라는 한가한 말로 '따로 국밥'인 각 부처의 행태를 포장했고, 기재부는 두 부처의 검사데이터가 이번에는 상당히 근접했다는 말로 '조율의 책임을 다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부의 존재목적은 국민의 안녕이다. '정의론'(正義論)의 저자 존 롤즈는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어느 누구든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장과 선택을 하고 그것을 정의라고 포장한다.

 그래서 각자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정의가 하나씩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이익집단의 개별정의가 서로 충돌하면 이를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이번에는 정부의 부처가 각 개인이 된 꼴이다.

 국토부의 말도 옳고, 산업부의 말도 옳다고 하는 율곡 이이 식의 양시양비론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힘들 뿐더러 특히 정책의 일관성과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정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트사커도 아니고, 창조적인 것도 아니다.

 정부의 부처이기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상하게 얘기하지 않더라도 규제의 칼을 쥐는 것이 공무원들에게는 '밥그릇을 지키는 일'이니 지지고 볶는 것이다.

자신의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의 이익'을 덧붙이는 건 '프레임 전쟁'에서는 기본이다. '부자(대기업)는 악하다'는 프레임이 팩트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를 사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논쟁에서는 '뻥(튀기)연비' 프레임이 국토부에는 천군만마였다. 뻥연비 프레임(자동차업체들은 나쁘다는 인식)을 선전하는 도구로 언론도 동원돼 '불에 기름을 부은' 효과를 나타냈다는 말도 들린다.

 최소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프레임전쟁은 말아야 하지만 이번 연비논란은 '뻥연비'라는 이 세 글자로 이미 게임은 끝났다. 국토부가 이런 프레임을 들고 나오면서 산업부나 업계의 논리는 국민을 속이는 자기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게 프레임전쟁이다.

 원칙을 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어야 한다. 국토부가 발표한 1차 데이터는 연비조사에서 자동차업체를 참관시키는 해외사례와 달리 해당 기업들에 연비실험을 공개하지 않는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번 논란은 '누가 더 정확하고' '누가 더 공정하고' '누가 더 정의로운가'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먼저 '선(善)의 프레임을 선점하느냐'의 문제였고, 이 부분에서 국토부는 산업부를 앞섰다.

 국토부의 논리가 정확하고 부처이기주의가 아니라면 이런 논란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먹거리가 되는 제도를 만든 부처가 선택권을 마지막에 갖는 것이다.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을 동원하라는 얘기다.

 칼로 케이크를 자른 사람(제도를 만든 사람)이 맨 나중에 케이크(이익)를 선택하도록 하면 케이크를 자를 때 누구에게도 유·불리하게 하지 않고 공정하게 자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번 논란에서 국토부가 연비를 측정하는 자신들의 방법을 주장했다면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그 방법을 통한 연비인증의 권리를 버려야 한다. 국토부는 케이크를 스스로 잘라서 가장 큰 덩어리를 가져갔다.

교통수단의 안전문제를 관장하는 국토부가 안전문제와 관련없는 연비측정권이라는 케이크를 이미 챙겼다고 되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면….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