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부메랑… 완전 취소되려면 연말까지 가야할 듯
STX조선해양이 캐나다 선사 티케이와 체결했던 탱커(정유운반선) 계약 취소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막아보기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섰지만, 취소조차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15일 조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티케이는 STX조선해양이 약속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달내 1차 공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1차 공판 결과가 STX조선해양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바라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항소가 불가피하며, 완전 계약 취소까지 가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할 전망이다.
티케이는 약 150척의 선박을 운용하고 있는 대형 선사다. STX조선해양은 앞서 지난해 4월 티케이로부터 11만3000DWT(재화중량톤수)급 아프라막스 탱커 4척에 대한 수주 계약을 2000억원에 체결했다. 같은 선형의 탱커 12척에 대해 추가 옵션 물량이 포함돼 모두 발주될 경우 계약 규모가 8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는 STX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일단 선수금을 확보하고자 경쟁사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수주를 하던 때다.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고 상황은 달라졌다.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3월 STX조선해양과 계열사가 저가로 수주한 선박 50여척에 대해 수주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저가 수주를 일종의 '악성 계약'으로 본 것이다. 저가수주 건 취소는 STX조선해양이 제출한 자구안에도 들어있다. 이익이 나지 않는 선박 건조를 억지로 하기보다는 계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무는 것이 수익성 확보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STX조선해양은 티케이 측에도 계약 취소를 요청했으나, 티케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티케이가 취소 요청을 받아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주 계약의 기본인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을 못받았기 때문이다. RG는 수주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선사가 선수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제도다. 수주가 이뤄지고, 선사가 조선소에 선수금을 지급하면 1달내 조선소는 보험사를 통해 RG를 해줘야한다. STX조선해양은 이 계약에서 아예 RG를 제공하지 않았다.
지급조건도 문제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선가의 20%씩 5번에 나눠 지급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라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STX조선해양이 건조시 20%만 받고 선박 인도시 나머지 80%를 한꺼번에 받는 식으로 지급조건을 선사의 입맛에 맞도록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조건을 선사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STX조선해양 측은 "탱커선 계약 취소를 요청한 것이 맞다"면서 "티케이 측은 계속 건조해 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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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탱커 4척 수주 건이 취소되면 그대로 대우조선해양이 이를 수주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이어받더라도 선사와 가격조정을 해야하며, 선박 사양도 새로 합의해야하는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