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
최근에 만난 제습기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제습기 업계는 마른 장마 탓에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입추가 지나면서 부쩍 선선해진 날씨는 극적 반전에 대한 희망마저 사라지게 했다.
급기야 일부 업체들은 원가라도 건지겠다는 심정으로 일제히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지난 주말 찾은 가전매장에는 제습기가 가득 쌓여있었다. 10%는 기본이고 대부분 20~30% 할인 푯말이 붙어 있었다. 50%까지 가격을 깎아주는 제품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 제습기 시장규모는 130만대로 전년대비 4배 가까이 성장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연초만 하더라도 국내 제습기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김치냉장고'의 신화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시장규모가 2배 이상 커져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대박의 꿈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참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지난해 위닉스,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만도 등 5개 정도였던 제습기 제조·판매사는 1년 새 15개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제습기 열풍을 몰고 왔던 무덥고 습한 날씨는 자취를 감췄고 '대박'의 꿈에 부풀었던 제습기업체들은 말 그대로 쪽박신세가 됐다.
제습기 업체들은 대부분 하늘을 원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습기 판매부진을 날씨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박의 꿈에 취해 너도나도 제품부터 내놓은 업체들이 많아서다.
실제로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제습기 관련 불만은 지난해 3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반품을 요구한 이유의 절반 가까이가 품질불만 때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급팽창하는 시장에서 한 몫 잡기 위해 품질에 대한 고민이 시장 진출에만 눈이 어두웠던 일부 업체들의 패착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과당경쟁'의 폐해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데 있다.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들은 내년에도 제품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습기의 성능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생겨났고 이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당경쟁이 이제 갓 피어나는 시장의 싹을 자르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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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신을 없애는 방법은 면밀한 시장 검토와 함께 품질을 소비자의 눈높이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날씨 탓을 해야 하는 건 지금이 아니라 그 이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