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불량 철강재가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품질안전 검사도 받지 않은 채 건설현장에 스며들고 있지만 원산지를 알 수 없어 소비자 불안만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9일대한제강(10,840원 ▲800 +7.97%)은 중국산 철근 1000톤을 자사제품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혐의로 S유통업체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대한제강 제품으로 위조한 중국산 철근은 지난 5월말 인천항에 하역됐다. 중량이 기준치 대비 13% 미달되는 부실품이었다.(KS 허용차 6~7%) 적발된 철근은 대한제강의 롤마크(고유표시) 'KDH'를 새겼다. 통상 지름 10㎜ 중국산 철근의 번들 단위인 420가닥이 아닌 국내산과 같은 210가닥으로 묶었다. 중국산임을 알 수 있는 것은 느슨히 고정시킨 태그뿐. 태그만 떼면 완벽히 국산 철근으로 변신한다.
◇아파트 1채당 중국산 철근 중량 26톤↓
99㎡(30평) 아파트에는 철근 약 5톤이 들어간다. 적발된 철근을 적용할 경우 아파트 한채 당 약 650㎏ 가량 철근이 적게 들어가 하중을 견디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20층 아파트 40세대 기준 아파트 한 동 전체로 확대해 적용하면 약 26톤의 철근이 덜 쓰이는 셈이다.
중국산 철강재의 특징은 '소리소문없이' 어딘가로 유통된다는 데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들어온 중국산 철강재는 655만톤이었다. 건설자재들은 지난 5월 23일 개정된 건설법 시행령에 따라 형강은 50톤당 1차례, 철근은 100톤당 1차례 의무적으로 품질을 검사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5월 23일 이후 수입된 H형강은 8만8500톤으로, 품질검사가 1770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시험검사결과와 현황자료가 고시되는 국토교통부 건설사업정보포털에 따르면 실제로는 77건만 시행했다. 관리감독당국에서는 중국산 철강재 유입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도 내지 않는다. 보다못한 철강협회가 이달부터 비상대책반을 꾸려 본격적인 수입 철강재 실태 파악에 나섰다.

◇겉으로는 비슷해도 수치 재보니 '부적합'
중국산 철강재의 적합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 A사와 현대제철이 제조한 250㎜(웨브 길이)*125㎜(플랜지 길이)*6㎜(웨브 두께)*9㎜(플랜지 두께) H형강을 비교해봤다. 플랜지(세로부)와 웨브(가로부)의 길이는 유사했다. 하지만 ±0.7㎜ 오차가 허용되는 웨브 두께는 A사 5.189㎜, 현대제철 6.211㎜였으며 +2.0㎜∼-1.0㎜의 오차만 허용되는 플랜지 두께는 A사 7.317㎜, 현대제철 9.014㎜였다. A사의 H형강은 웨브 두께와 플랜지 두께가 모두 오차의 허용치를 벗어난 것이다.
중량 역시 차이를 보였다. 이 규격의 H형강은 1m당 29.6㎏에서 ±5%까지 오차를 허용한다. 50㎝ 길이 A사 H형강은 1264g으로 -14.6% 오차를 보였다. 현대제철 H형강은 1462g으로 -1.2% 오차를 보였다. 이대로라면 A사의 H형강은 KS인증을 받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돱통상 중국산 제품은 일본 규격인 JIS에 맞춰 제작되며 별도로 KS용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돲며 돱JIS로 만들어서 JIS기준 건설현장에 쓰면 모르겠는데 국내 건설현장에 KS로 둔갑해 팔리니 부실공사 우려가 커지는 것돲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중국산 철강재는 통상 1톤당 가격이 국산에 비해 20만원가량 저렴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유통업체들이 부실품임을 알면서도 수입해 유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인천내항 및 북항의 경우 이 같은 부적합 철강재가 범람하지만 관리 및 감독이 부실한 실정이다.
◇"중국 제조사보다 나쁜 건 국내 유통업체들"
중국산 철강재를 가려내기 위한 시도는 2012년부터 있었다. 2012년 11월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돱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건축물에 사용된 철강재 등의 건설자재 원산지와 제조자를 표시해야 한다돲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의 반대로 국회 국토해양위 소위원회조차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소위에 참석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돱KS(한국산업표준)가 이미 운영 중이다돲며 돱만약 개정안에 따라 원산지와 제조사 표기할 경우 적합자재임에도 중소기업제품이나 수입산이라는 우려만으로 건설자재 교체를 요구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돲며 반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돱중국업체들이 충분히 KS에 맞출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무게'대로 수입해 '길이'대로 판매하는 국내 유통상들이 굳이 KS에 맞춰달라고 주문하지 않는다돲며 돱부실한 수입 철강재가 들어와 KS로 둔갑해 각종 건설현장에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면 결국 안전상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된다돲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