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철강재 수입업체 처벌 '유명무실' 품질시험도 필요횟수의 4.4%만 시행

"부적합 철강재 유통 근절을 위한 정부차원 대책을 마련해달라"
지난 27일 철강업계 CEO들이 업계 현안간담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만나 한목소리로 건의한 내용이다.
정상 철강재보다 10% 이상 무게가 빠지는 중국산 불량 철강재가 시장을 교란해 국민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사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건설 철강재 제조업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시행령에 따라 부적합 철강재 사용 시 수입업체와 국내유통업체까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수입철강재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309만톤 넘게 국내로 유입돼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건설법 시행령이 개정된 5월23일 이후 들어온 H형강만도 8만8500톤이다. 형강은 50톤당 1회씩 품질안전시험을 받도록 개정돼 1770건의 검사가 진행됐어야 한다. 실제로는 4.4%에 불과한 77회만 시행됐다.
지난 27일 산업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은 "철강재는 국내에 유입된 뒤 갖다 버리는 경우 없이 무조건 어디든 유통된다"며 우려했다. 정체를 숨긴 수많은 부실 철강재들이 국적을 세탁해 건설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인천항만에서 중국 철강재가 신분을 둔갑하는 현장은, 관리 감독 실태가 엉망이라는 점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했다. 머니투데이 보도를 통해 철강재 유통현장의 실태가 알려진 뒤에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도권 및 광역시 주요 유통상에 대해 5조의 조사반을 꾸려 무작위 샘플링 조사를 진행했다.☞관련기사 인천항에 산처럼 쌓인 녹슨 중국산 불량철강재의 '국적 세탁'조달청 역시 철강유통실태 전수조사에 나섰으나 국내사들이 100% 납품하는 '관급철근'을 조사하며 헛다리를 짚었다.
산업부나 조달청의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표준원은 기준 미달 KS제품 적발시 표지 제거를 명령하거나 부적합 제품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부적합 철강재 건설현장 사용 적발시 수입업체와 유통업체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관은 국토교통부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국토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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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강협회는 자체 수입대책반을 구성해 실태조사 및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게으르고 부족한 경찰조직을 못 믿어 주민들이 직접 자경단을 꾸리는 한 개발도상국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