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칠레곤시에 세운 동남아 최초 연산 300만톤 일관제철소

철광석을 녹인 1200도의 쇳물이 쉬지 않고 콸콸 쏟아져나왔다. 방열복을 입은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들은 공정에 이상이 없는지 쉼 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동남아에서 이런 광경은 지난해 12월 전까지 볼 수 없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한국-인도네시아 정부 합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km 가량 떨어진 칠레곤시는 그 전까지 자바섬의 조용한 해안도시였지만 이제 동남아에서 가장 뜨거운 철강도시가 됐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철강사 크라카타우스틸과 손잡고 연산 300만톤 규모 일관제철소를 지난해 12월 준공해서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국내 포스코 제철소들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다. 포항과 광양에서 매년 3800만톤의 쇳물을 뽑아내는 데 비해 크라카타우에서는 철강재 원자재인 슬라브 150만톤과 후판 150만톤이 생산될 뿐이다. 하지만 연간 철강수요 1500만톤인 인도네시아에서 300만톤 생산력을 갖춘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소중한 존재다. 현장 관계자는 "크라카타우포스코 준공 이후 인도네시아 철강생산능력은 단번에 43% 향상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공장 정문을 지나 5분여 거리에 있는 용광로에서는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매일 8300톤이 뽑아져 나온다. 별도 건물로 지어진 압연 공정에서는 새빨간 슬라브가 롤을 거치며 후판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 또한 매일 300~400톤씩 생산된다. 지난해 12월 고로에 첫 불을 붙인 지 만 5개월만에 제선·제강·압연 공정 모두 정상조업도가 달성됐다.
가동 초기인 지난 1월에는 1주일씩 고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박형근 크라카타우포스코 건설부장은 "워낙 철이 부족한 국가라 공사 부지에 쌓아둔 철근이 다음날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며 "무더운 날씨에 느긋한 현지 직원들 독려해 공사기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제철소가 본궤도에 오르자 현지에 나온 한국인 직원들은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국내 철강기술력을 해외에서 실현시킨 첫 사례다. 포항 영일만에 첫 제철소가 지어질 당시 일본 등 외국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포스코가 46년만에 글로벌 철강사로 발돋움한 증거가 칠레곤 크라카타우포스코다.
쉼 없이 생산되는 후판은 수요처 별로 다른 규격에 맞춰 후판공장 구석에 쌓이고 있었다. 생산 정상화에 따라 판매 역시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가동 후 최초로 슬라브와 후판 판매량이 월 20만톤을 넘어섰다. 슬라브는 크라카타우스틸과 구나완 등 인도네시아 현지 철강사가 주요 고객이다. 후판을 생산하는 압연공정 관계자는 "고품질 슬라브를 투입해야 부가가치 높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크라카타우포스코 슬라브의 인기가 좋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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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있는 후판에는 Citra, Korindo, Caterpillar 등의 태그가 붙어있었다. 인도네시아 국영업체인 찌트라조선과 코린도중공업, 세계적 중공업회사인 캐터필러 인도네시아 법인 등이 후판 주요 고객이어서다. 모두 납기와 품질에 민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데니스 쿤카 캐터필러 본사 글로벌 통합 구매책임자는 "크라카타우포스코 후판의 품질이 매우 만족스럽고 빠르게 품질 안정화를 이뤄낸 포스코의 저력에 놀랐다"며 "포스코 본사와 마찬가지로 대응이 매우 빠르고 정확해서 앞으로의 비즈니스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곳 생산품의 60~70%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로 수출된다. 이재헌 크라카타우포스코 수출부장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를 잇는 동남아 철강벨트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향후 3년 내에 품질 및 납기 수준을 본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철소에서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비단 국내에서 파견된 주재원만은 아니었다. 일부 직원들은 짧게나마 주재원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며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포항과 광양에서 실무교육을 받은 엔지니어들이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직원 2360명 중 2180여명이 현지인이며 이 중 70% 가량은 칠레곤 출신이다. 포스코 주재원은 58명, 조업관리와 기술전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머무르는 엔지니어 및 기술컨설턴트가 120여명이다. 포스코는 착공 이후인 2011년부터 현지채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진행했다. 2012년에는 신입 현지인 엔지니어 550명을 7차에 걸쳐 포항 및 광양으로 교육 보냈다.
정태수 크라카타우포스코 대외협력부장은 "한국인·인도네시아인 할 것 없이 전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성공신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며 나가고 있다"며 "해외에서 제철소를 가동하는 것은 처음이고 가동 초기 단계라 당분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겠지만, 지금처럼 일로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