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사장 휘하에 조영철 전무·송명준 상무·금석호 상무 '경영분석TF' 꾸려..최소 1달간 울산서 집중 경영진단

"경영진단부터 빡쎄게"
권오갑현대중공업(472,000원 ▲3,500 +0.75%)사장(63)이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발령받은 지난 15일 월요일 아침, 그룹 기획실 산하에는 '경영분석TF(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TF팀장에는 권 사장과 현대오일뱅크 시절(2010년 8월 이후)부터 함께 고생해온 조영철 전무(53)가 내정됐다. 역시 현대오일뱅크서 한솥밥을 먹었던 권 사장의 측근들인 금석호 상무(46)와 송명준 상무(45)는 TF 담당임원으로 내정됐다. 조 전무와 금 상무, 송 상무는 18일 보직 발령을 받는다.
기존 현대중공업 기획실을 확대 개편한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을 새로 꾸려 1973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인 현대중공업을 구해낼 책무를 받은 권 사장에게는 사장 업무 첫날 통상적인 취임식이 없었다. 축하난도 사절했다.
사업 구조조정과 인사 태풍의 '컨트롤타워'가 될 그룹 기획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김외현 대표이사 사장과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총괄회장은 기획실 일은 하지 않는다. 핵심 인사는 권 사장을 위시한 4인이다.
이들은 울산조선소 내에 꾸려진 기획실에서 최소 한달간은 서울사무소로 올라오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2분기에만 1조 1037억원 영업손실을 낸 세계 1위 조선업체를 구해내기 위해 명확한 경영진단을 내리고 대대적인 혁신안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안에 따라 세부적인 사업 구조조정, 인사 태풍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15일 권 사장이 취임하고 이재성 회장이 상담역으로 물러나면서 기존 현대중공업 기획실이 긴장하고 있다. 우선 이 전 회장과 함께 '투톱'을 이뤄 엔진·전기전자·건설장비·그린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던 김정래 사장이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새 기획실의 과제로 핵심 사업인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회복, 과거 저가수주로 인한 문제 해결, 원가절감 등이 꼽힌다.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 부문으로 입사한 권 사장은 구매·영업·관리·홍보 등을 두루 거쳤으나 재무통은 아니다.
이 때문에 원가절감같은 '자린고비' 방식이 쇄신안의 핵심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재무 분야는 조 전무와 송 상무가 전문가로 권 사장을 보필할 수 있다. 홍보·인사·노무를 거친 금 상무는 노조와 중재안 마련에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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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획실은 임금단체협상이라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꺼야한다.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중공업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한 조정연장을 결정함에 따라 노사는 16일부터 25일까지 추가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주 화~금요일이 집중 교섭기간이다. 이미 현대중공업의 19년 무분규 기록은 깨질 가능성이 높고, 권 사장이 '깜짝 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는 이상 10월 파업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모든 신입사원들의 첫 월급을 노란 봉투에 전액 현금으로 담아 주고, 부모님들을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공장으로 1박 2일 초청해 견학시켜드릴 정도로 살뜰하게 직원을 챙기는 면모를 갖고 있다.
대립 국면으로 치달았던 현대오일뱅크 노조위원장과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남대문 연세빌딩)에서 덕수궁까지 손잡고 산책하며 화해하는 융화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권 사장 휘하의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올 상반기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실적도 좋았지만, 노조와 마찰도 없었기에 권 사장이 어떤 중재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권 사장을 설명하는 3가지 키워드는 돌파력, 추진력, 인화력이다. "정면승부로 돌파", "조선소도 없이 수주하던 초심으로" 등 지난 16일 사내소식지에 낸 취임사에서도 향후 돌파력이 느껴지는 강력한 쇄신 의지가 표출됐다.
일각에서는 "무사안일과 상황 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표현을 윗사람부터 치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와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하이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만 6곳을 두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가 기존 현대중공업 기획실을 그룹 기획실로 확대 개편하고 권 사장을 그룹 기획실장으로 앉힌 것은 그룹 전체가 위기라기보다는 계열사 중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구원할 적임자로 권 사장을 지명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