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엔화가치 하락 + 노사관계 안정 바탕 고급차 시장 질주

길게 늘어선 머리 높이의 레일에 자동차의 골격인 차체가 매달려와 멈추자 안전모를 쓴 작업자 네 명이 일제히 공구를 들고 다가섰다. 레일 아래 컨베이어벨트에 놓여 있던 엔진과 모터 모듈이 올라와 차체와 맞닿았고, 작업자들은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이를 완전히 결합시켰다. 작업이 끝나자 이내 새로 결합해야 할 차체가 레일에 매달려 들어온다. 1개의 공정이 끝나는 시간은 97초에 불과했다.
일본 큐슈 섬 후쿠오카 현 미야타시에 있는 토요타큐슈 공장에서 차량의 심장인 엔진과 모터를 차체에 장착하는 공정이다. 지난 18일 기자가 공장을 찾아갔을 때는 한국 출시를 앞둔 렉서스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NX300h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엔진과 모터가 장착된 차체는 내부 부품과 타이어 등을 장착하고 도장을 완료하면 차의 모습이 갖춰진다. 이후 0.2mm까지의 간격 오차만 허용하는 육안검사와 주행시 이상 소음을 감지하는 이음(異音)검사 등을 통과하면 일본 내수용 또는 해외 수출용으로 팔려가게 된다.
◇NX300h, 렉서스의 차기 기대작=미야타 공장은 토요타의 생산 공장 가운데 렉서스 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조립 라인이 11개에서 렉서스 CT200h, NX200h, ES300h 등 하이브리드 차량과 일반 가솔린 차량을 혼류 생산한다. 전체 생산되는 차량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이 82%다.

이 공장은 지난 7월 일본에서부터 판매를 시작한 NX300h 생산에 들어가면서 주간 1교대에서 주야 2교대로 근무를 전환했다. 밤낮없이 라인이 돌기 때문에 공장 가동률은 96%에 달한다. NX300h는 다음달 6일 한국과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NX300h는 '재미있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강조하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의 야심작이다. 디자인에서 기존의 보수적인 렉서스의 이미지를 탈피해 스포티한 면을 강조했다.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모터를 장착해 연비 역시 독일 경유 차량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은 기본이다. 가격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ES300h와 비슷한 50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어서 기존 대형 SUV인 RX시리즈의 7000만원대 후반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스기야마 신지 토요타큐슈 생산총괄 전무는 "NX차량이 해외 판매에 들어가면 생산량이 주문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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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올해 10% 이상 성장 비결, 엔화 하락 + 노사 안정 = 렉서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판매 기록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52만4000대를 판매했다. 올해 목표는 10.3% 늘어난 57만대로 잡았다. 토요타의 글로벌 홍보를 담당하는 코니시 코키 도요타자동차 상무는 "57만대 판매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목표 달성을 자신했다.
지난 4월1일자로 일본에서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돼 전체 소비가 부진한 상황인데도 렉서스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엔화 약세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현재 109.04엔으로 2년만에 40.15% 상승했다. 특히 렉서스는 캐나다에서 RX를 조립생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량 일본에서 생산한다. 해외 현지생산이 거의 없는 만큼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혜를 직접 받는 구조다.
이에 따라 렉서스는 지난 7월 미국에서 전년 동기대비 18.7% 늘어난 2만7333대가 판매돼 벤츠를 밀어내고 고급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탈환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판매가 급감한지 3년 남짓만이다.
토요타 본사 관계자들은 엔화 약세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니시 상무는 "현재 달러당 109엔까지 엔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좀 더 엔화 가치 하락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니시 상무는 다만 "엔화가 1달러당 75엔을 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최근 4년간 1달러당 85원에도 이익이 나는 구조를 갖추는 체질을 갖췄다"고 밝혔다.

토요타의 노사관계도 토요타의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한다. 토요타는 글로벌 기업들이 갈수록 현지 생산을 늘리는 추세지만 일본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 국내 생산량을 수십년째 300만대에서 줄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사 측의 경영 방침에 대해 노조도 '신뢰'로 보답한다.
토요타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토요타는 1950∼60년대 전후 자동차 산업 불황으로 대규모 감원과 함께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12년간 매일 노사 교섭을 진행한 끝에 1962년 '노사선언'을 이끌어냈고, 이후 50년 넘게 한 차례 파업도 없이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도 1년에 5∼6차례 사장과 노조 대표를 포함해 노사 관계자 400명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사장과 노조위원장은 매달 한차례 이상은 만나 정보를 상호 교환한다.
토요타큐슈의 스기야마 신지 전무는 "노조와 상호 신뢰를 위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