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자동차 강판 만들겠다"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자동차 강판 만들겠다"

광양(전남)=황시영 기자
2014.10.20 10:32

[르포]자동차 강판 세계 최고 포스코 광양제철소 가보니…망간·플라스틱 등 합금, 강도와 연성 모두 높여

광양만을 끼고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전경. 전남 광양시 금호동에 있다. /사진=포스코
광양만을 끼고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전경. 전남 광양시 금호동에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 14일 여수공항에 내려 차로 30분 가량 이동하면 전남 광양만을 낀 세계 최대 제철소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광양시민 15만명 중 6만명이 제철소 관련 일을 하면서 광양을 먹여 살리는 이곳.

정문으로 들어서면 여느 공장과 달리 곳곳에 나무가 울창해 공기가 상쾌하다. 현장 직원들의 건강한 생활을 배려한 것이라 한다. 독신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숙소,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지나 광양제철소 홍보센터로 들어갔다.

광양제철소는 광양만 일대 13개 섬을 발파하고 바다를 매립해 10년 공사 끝에 완공됐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 시절인 1992년 총 5개 고로를 완성했으며 현재 연간 2200만톤(t) 조강생산체제를 구축해 세계 최대 일관제철소로 우뚝 섰다. 총 면적은 647만평으로 여의도 면적(90만평)의 약 7배다.

광양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조선용 강판인 후판, 혹독한 기후에도 견디는 고기능 석유 수송관(API) 등 전략 제품 생산에 주력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앞서 '자동차 전문 제철소'를 표방해왔다.

◇전기차 시대 알루미늄에 위기감 =광양연구소 3연구동으로 가 전기차 컨셉카인 'PBC-EV(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를 봤다. PBC-EV는 자동차용 강판의 97%를 고강도강으로 채용하고 마그네슘, 망간 등 금속을 섞어 기존 철강만 사용한 차체에 비해 무게가 25%나 가볍다. 예를 들어 차체 지붕에는 마그네슘 합금 판재가 쓰인다. 요즘 전기차의 차체로 흔히 쓰이는 알루미늄이 철강재보다 3배나 가볍지만, 가격도 3배 가량 비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포스코는 앞으로 테슬라 등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에 이 PBC-EV를 자동차용 강판 컨셉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자동차용 강판의 97%를 고강도강으로 채택한 포스코의 전기자동차용 차체는 기존 철강만 사용한 차체에 비해 무게가 25% 가볍다./사진=포스코
자동차용 강판의 97%를 고강도강으로 채택한 포스코의 전기자동차용 차체는 기존 철강만 사용한 차체에 비해 무게가 25% 가볍다./사진=포스코

현장에서 만난 서창효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철에 다른 금속을 섞어 차량 경량화를 실현한다"면서 "철에 17~18% 망간을 섞거나 알루미늄, 카본 등을 첨가한 합금은 강도는 물론 연성까지 좋은 자동차용 강판이 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전기차는 한번 충전에 얼마나 주행가능한 지가 관건"이라며 "경량화 해법은 차체 강판의 강도와 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경량화는 첨단 고강도강, 부품가공기술, 신성형기술 3박자를 통해 실현한다. 부품가공기술은 차체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며, TRB(맞춤식 압연판재 기술), TWB(맞춤식 재단용접) 등이 있다. 하이드로포밍, HPF(열처리 프레스 성형) 등은 신성형기술이다. 강관에 순간적으로 고압을 불어넣어 배기관 등을 만드는 하이드로포밍 기술은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도입해 국내 주요 철강회사들이 벤치마킹한 것이다.

포스코는 최근 1ℓ당 100km를 가는 르노 콘셉트카 '이오랩(EOLAB)'에 자사의 경량화·고강도 강판인 열처리 프레스성형강(2000 HPF), 트윕강(900 TWIP), 마그네슘 판재(Mg panel)를 최초 적용하기도 했다.

특히 트윕강은 철에다 실리콘과 알루미늄을 섞어 강도와 연성을 동시에 높였다. 충돌시 에너지흡수력도 뛰어나다. 3연구동에서 본 컨셉카의 앞부분 프론트 범퍼 빔(beam front bumper)에는 980 트윕강이 쓰였다. 앞에 붙은 숫자 980은 인장강도가 980㎫(메가파스칼)급이란 뜻이다.

컨셉카의 가운데 센터필러(center pillar·좌우 중앙에서 지붕을 받치고 도어를 유지)에는 2000 HPF강이 쓰였다. 2000 HPF강은 판재를 고온 가열 후 성형 및 냉각해 만든 초고강도 제품으로 기존 HPF강보다 인장강도를 2000㎫ 수준까지 높였다. 인장강도는 단위면적당 얼마의 무게를 버티느냐를 표시한 것으로, 980㎫이면 1㎟당 100㎏의 하중을 견딘다는 뜻이다.

차 강판에 스크래치가 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본래 스크래치가 나지 않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자기회복강판(self-healing steel)도 볼 수 있었다. 서 연구원은 "스크래치가 나면 자동으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캡슐이 터져 강판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강도·연성·경량화 충족하는 자동차 강판 =CGL 6라인(6CGL)으로 발길을 돌렸다. 광양제철소는 자동차용 강판 전문 생산설비인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라인(CGL) 6개, 전기아연도금강판 생산라인(EGL) 2개를 갖추고 있다.

5CGL이 자동차용 첨단고강도강(AHSS) 전문 생산설비라면, 6CGL은 자동차용 외판재 전문 생산설비다. 5CGL은 미국, 유럽 자동차업체에 공급되는 GI(용융아연도금강판)를, 6CGL은 한국, 일본 자동차업체에 공급되는 GA(합금화용융아연도금강판)를 주로 생산한다.

연간 56만t을 생산하는 6CGL에서는 냉연과정을 거친 철판이 두루마리 휴지가 풀리듯 코일에서 풀려 나와 기다란 열처리 및 도금 설비를 통과하고 있었다. 처리가 끝난 강판은 다시 코일 형태로 감겨 자동차 공장으로 보내진다.

옆에서 보면 마치 미려한 유리가 코일 모양으로 감기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열처리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철의 내부조직을 변화시켜 더 단단하고 가벼운 철판이 만들어진다. 광양제철소 도금부 직원 정의훈씨는 "먼저 850∼870도 구간을 통과한 후 온도가 훨씬 더 낮은 구간을 지나면서 급격한 온도변화를 이용해 강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광양제철소 곳곳에 붙여놓은 '세계 최고 자동차 전문 제철소'는 목표 완료를 뜻하지 않는다. 이 목표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강판 기술개발을 계속하지 않으면 알루미늄에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과 기술개발을 향한 치열한 노력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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