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 '동네잔치' 벗어나려면

서울모터쇼, '동네잔치' 벗어나려면

양영권 기자
2015.04.06 06:00

[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015 서울모터쇼를 찾은 어린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의 트럭 운전석에 올라가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2015 서울모터쇼를 찾은 어린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의 트럭 운전석에 올라가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2015 서울모터쇼가 지난 3일 일반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막을 올렸다. 3일과 4일 이틀 동안 12만2791명이 방문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32개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했고, 신차 57대를 포함해 370대 규모의 차량이 전시되는 등 겉으로는 성공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모터쇼의 꽃은 ‘신차’ 인데,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의 면면은 실망스럽다. 세계 최초로 공개된 차량은 6 종에 불과하다. 그것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한국 업체 일색이다. ‘국제모터쇼’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동네잔치 수준이다.

서울모터쇼가 글로벌 브랜드에게 외면을 받는 것은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 유럽연합(EU)처럼 주요 시장이 아니고, 일본만큼 굵직한 메이커가 여럿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 모터쇼는 미국 디트로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시장이 크거나 글로벌 상위 브랜드가 여럿 있는 국가의 도시에서 열린다.

그렇다면 서울모터쇼가 명실상부 국제모터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은 아예 없을까. 낙담하기는 이르다.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EU 가입국이 아니어서 유럽 주류 시장에서 벗어나 있다. 알만한 자동차 브랜드도 없다. 하지만 제네바모터쇼는 세계 6대 모터쇼로, 개막 때마다 전세계 자동차인의 주목을 받는다. ‘럭셔리 제품 생산국’이라는 인식을 모터쇼에 대입, ‘럭셔리, 고성능’ 자동차를 그 어느 곳보다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쌓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통적인 명품 생산국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시장’이 있다. 수입차 판매 상위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 벤츠 아우디 등이 포진해 있는 것은 한국 시장의 독특한 특징이다. 대당 2억∼3억원 하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공식 출시도 전에 200대가 팔렸으며, 2억원짜리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BMW i8은 100대가 예약됐다. 서울모터쇼에서 만난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대표는 “벤츠 S클래스는 한국이 3위 시장”이라며 “S클래스가 잘 팔린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비행기로 한 두 시간 거리에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세련된 나라’라고 생각하는 중국인을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면 글로벌 메이커들은 서울모터쇼를 부유층 중국인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길 것이다.

아울러 스위스에는 명품 시계 롤렉스와 브레게가 있다면 한국에는 명품 IT(정보기술)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여기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자동차 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박람회(CES)가 자동차업체의 필수 코스가 됐을 정도로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차가 자동차업계의 핵심 화두다. 럭셔리 제품 소비자가 많이 찾는 곳, IT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의 최신 기술을 볼 수 있는 곳. 서울모터쇼가 나아갈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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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기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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