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석유제품이 수출상품 1위 위상 다시 찾으려면…

국산 석유제품이 수출상품 1위 위상 다시 찾으려면…

홍정표 기자
2015.05.06 15:59

[우리가보는세상]국내 정유업계의 '춘래불사춘(春來不仕春)'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유 업계에서 지난해 실적이 바닥을 치고, 올해부터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1분기 실적이 올해 최고점이 될 수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보낸 국내 정유사들이 일제히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어렵게 이룬 실적 개선이 오히려 규제의 빌미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선 올 초 미국 정유공장의 파업 및 정기보수,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이유,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소비 회복 등으로 실적이 반등했을 뿐이지, 근본적인 펀더멘탈(경제기초)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적개선은 대체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할 때를 얘기하는데, 국내 정유사들은 영업흑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적게는 28%에서 많게는 42.5%까지 줄었다. 매출은 줄고, 이익은 늘었다는 얘기로 이는 인건비 등 판관비를 줄여 흑자를 냈다고 할 수 있다.

1분기 실적 호전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등이 도움이 됐겠지만, 이를 통해 경쟁력이 향상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독과점으로 인식되는 정유업에 각종 규제가 얽혀 있어 자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 호전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좌불안석이다. 이때마다 직·간접으로 부담이 조금씩 늘었기 때문이다. 정유사 수익이 높았던 이전 정부에서 '묘한 기름 값' 발언 이후 알뜰주유소·혼합판매제·전자상거래 등이 새로 생겼다. 정부 의도대로 경쟁은 강화됐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은 낮아졌다. 고유가 시대에 시행된 이 제도들은 저유가인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상황이 어려웠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부담은 올해도 늘었다. 원유수입 부과 관세 3%를 모두 환급하던 것을 2%로 줄였고, 온실가스 거래제도 본격 시행됐다.

현재 수입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미국·멕시코·한국 뿐인데, 비산유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저유가 시대는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지만, 생산이 늘 수록 온실가스 관련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가 됐다.

이러한 규제 환경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인력을 줄이고, 갖고 있던 자산을 팔아치우는 것뿐이다. 이를 통해 실적이 개선되면, 추가 규제에 대한 걱정을 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과 관련된 국제 환경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늘지 않고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 석유제품 소비국인 중국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동이 제품 공급을 늘릴 것으로 보여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석유제품이 수출상품 1위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보다는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이 먼저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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