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이스북을 보고 폭스바겐을 생각하다

[기자수첩]페이스북을 보고 폭스바겐을 생각하다

장시복 기자
2015.12.03 17:02

"이런 기막힌 반전은 처음이네요."

11월 어느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폭스바겐 영업사원의 들뜬 표정이 눈에 선하다. 지난 9월 말 미국 정부가 폭스바겐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발표한 뒤 10월 국내 판매는 평상시의 3분의 1 토막으로 곤두박질쳤다. 처음엔 다들 왠지 꺼림직하다는 반응으로 폭스바겐 차의 구매를 꺼렸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폭탄 세일' 덕분에 판매가 살아났다. 전차종 60개월 무이자와 보증기간 연장 등의 초강수가 먹힌 것이다. 아직 공식 집계는 안났지만 11월 판매량은 평월(3000여대) 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서 11월 폭스바겐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4분의 1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법인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스스로 '신의 한수'였다고 자평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여론이 이 결과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시선에는 "환경 문제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상품을 가격이 싸졌다는 이유로 덥석 사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 메시지가 담겼다.

물론 합법적 조건에서 개인 판단에 따른 구매를 제3자가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간의 폭스바겐코리아의 태도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두달 간의 조사 끝에 우리나라 환경부도 지난달 26일 국내 판매 폭스바겐 차량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발견해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이에 대해 한국법인을 대표하는 토마스 쿨 사장이 직접 나와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전처럼 원론적이고 피상적인 입장을 내놨다.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떤 개선과 노력을 해 나갈지에 대한 방향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존에 구매한 소비자들도 분개하고 있다. 미국·캐나다 등지에서는 현금배상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오히려 뚝뚝 떨어지는 중고차값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코리아가 당장의 급한 판매 실적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의 약 52조원 기부 소식은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저커버그는 갓 태어난 딸에게 "우리는 다음 세대의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들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단다"라고 편지를 썼다. 간만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에 비해 폭스바겐코리아는 앞으로 자라날 미래 후손들을 위해 걸러지지 않은 1급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더 남기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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