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대 원천기술력'으로 위기탈출 다짐, 대우조선해양

[르포]'3대 원천기술력'으로 위기탈출 다짐, 대우조선해양

거제(경남)=최우영 기자
2016.01.03 12:00

[위기의 기업, 희망의 해]눈코뜰 새 없이 바쁜 거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야말 쇄빙LNG 1호선. 일반 LNG선과 달리 얼음을 뚫는 데 최적화된 무디게 만들어진 선수가 특징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야말 쇄빙LNG 1호선. 일반 LNG선과 달리 얼음을 뚫는 데 최적화된 무디게 만들어진 선수가 특징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달 22일 찾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는 형형색색의 배들로 가득 차있었다.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는 저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수십미터 높이의 데릭(하역용 기중기)을 매달고 안벽에서 외관을 다듬고 있었다. 쇄빙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은 도크 작업을 마무리하고 진수할 채비를 갖췄다. 잠수함 수문 안에서는 해군 창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단일조선소 수주잔량 세계 1위(126척, 824만4000CGT·가치환산톤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 분위기는 '위기'와 거리가 멀었다.

400만㎡의 부지를 가득 메운 4만5000여명의 직원들은 쉴 새 없이 블록을 용접하고, 도색하고, 배를 바다로 띄워 보냈다. 협력업체와 중국 자회사에서 만든 조립 블록을 운반하는 바지선도 끊임없이 옥포항을 들락거렸다. 한 직원은 "부족한 차비(유동성 위기)만 도움받으면, 차 타고 가서 돈 벌어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계최고 기술력, 대우조선해양 LNG선

5번 플로팅도크에 들어서자 야말 1호선이 언론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야말프로젝트는 시베리아 서쪽 야말반도 인근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극한지역 특성상 쇄빙LNG선이 필요했고, 세계 LNG시장 절반 이상을 주름 잡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발주된 5조원 규모 15척 모두를 수주했다. 1호선은 내년 1월 진수 예정이다.

야말 1호선은 각종 배관이 선박 상부에 노출된 일반 LNG선과 달리 단순한 외관을 보였다. 극한의 온도에서 LNG 화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선수와 선미는 얼음을 깨기 쉽도록 일반 LNG선의 곡선 형태와 달리 장갑차처럼 투박한 직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선박 뒷부분에는 스크류가 보이지 않았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파드 프로펄서(POD Propulser)' 5기를 선박 하부에 장착해 쇄빙 작업에 특화시켰다.

F1 안벽에서는 오는 10일 인도를 코앞에 둔 캐나다 티케이사 LNG선이 서 있었다. 이 선박의 특징은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LNG 재액화장치 PRS(Partial Re-liquefaction System)다.

기존 LNG 운반선은 이동과정 중 LNG 기화에 따른 탱크 압력 상승 등의 이유로 약 20%의 가스 손실이 불가피했다. 대우조선은 이를 다시 모아 선박 연료로 쓰는 방식을 고안했다. 자동차로 치면, 유조차에서 흘러넘치는 기름을 모아 연료로 쓰는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PRS가 꽂힌 ME-GI(전자제어식 이중연료) 엔진도 대우조선해양이 세계최초로 적용했다. 엔진룸에 들어서자 2개의 배관이 보였다. 평상시 연료인 디젤이 들어가는 배관 옆으로 PRS와 이어진 LNG 배관이 꽂혀있었다.

세계 최초 PRS를 장착한 티케이 1호선은 지난달 시운전에 성공했다. 당시 시운전에 참여했던 김유석 사원은 "시운전에 성공하자 우리 회사 사람들보다 발주처인 티케이 직원들이 훨씬 좋아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순 거제 앞바다에서 시운전중인 티케이 LNG 1호선. 세계 최초로 PRS가 적용돼 운송중 LNG손실을 막는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달 중순 거제 앞바다에서 시운전중인 티케이 LNG 1호선. 세계 최초로 PRS가 적용돼 운송중 LNG손실을 막는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보은' 준비하는 천덕꾸러기 해양플랜트

블록조립작업이 끝난 배를 물에 띄운 뒤(진수) 선박 건조마무리작업이 진행되는 안벽에는 반잠수식시추선, 드릴십 등 10여기의 해양플랜트 마무리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4조 2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주범'으로 꼽힌 배들이다. 해저 3만m까지 원유를 시추할 수 있는 설비를 매달고, 헬기 승강장을 갖춘 모습 외에는 저마다 모양과 용도가 달랐다.

대우조선해양은 강재 절단, 블록 제작이 대부분 자동화된 상태다. 조립공장 시스템에 필요한 강재 수치를 입력하면, 섭씨 2만도의 플라즈마 절단기가 보라색 불빛을 내뿜으며 두부처럼 후판을 자르고, 직원 손으로 용접해 블록을 만들면 크레인이 각 도크로 이동시킨다.

동일한 형태의 선박은 한번 입력한 수치대로 작업이 이뤄져 효율이 높다. 시리즈 호선을 수주할 경우 뒷부분으로 갈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발주처마다 규격과 요구조건이 다른 해양플랜트는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1호선 내지 2호선까지만 발주를 내기 때문에 그때마다 설계를 새로 하느라 자동화 효율이 떨어졌다.

이 역시 초기 원가산정의 장애물이 됐다. 김형식 대우조선해양 부장은 "모든 선박들에 대해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손실충당금을 쌓아놨다"며 "잘못된 가격 산정으로 피해를 봤지만, 건조하며 쌓인 기술력은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9기의 해양플랜트를 인도할 예정이다. 해양플랜트 인도에 따른 현금 유입 예정 금액만 최소41억달러(약 4조8728억원)에 달한다.

윤석용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팀장. /사진=대우조선해양
윤석용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팀장. /사진=대우조선해양

◇"내년부터 실질적 턴어라운드"

옥포조선소에서 만난 윤석용 대우조선 경영관리팀장(전무)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잡아 올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예상되지만, 실질적 턴어라운드는 어려운 공사가 다 끝나는 2017~2018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무는 이어 "지금의 위기 터널을 지나면서 직원들의 일에 대한 자세, 위기의식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밑거름으로 턴어라운드를 시작하면 '무섭게'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무는 대우조선해양 턴어라운드 기반을 세 가지 기술력으로 꼽았다. 그는 "PRS 등을 기반으로 한 LNG선 생산경쟁력이 뛰어나 2년 전 안벽에서 10개월 걸리던 마무리작업이 티케이 1호선의 경우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극지가 녹고 북해항로가 열리면 야말프로젝트에서 쌓은 극지 쇄빙선 경쟁력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해양플랜트 기술 활용도 언급했다. 윤 전무는 "현재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지만 전세계 생산 원유의 절반 이상은 단가가 40달러 이상으로, 현재는 비정상적 저유가 상황"이라며 "유가가 정상화되면 해양 쪽 발주가 늘어나고, 우리가 손실 입으며 쌓아놓은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여러모로 주눅 들고,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는 대우조선해양이었지만 올해는 좀 더 활기차고 희망이 느껴지는 대우조선해양을 만들어나가겠다"며 "우리의 능력이 증명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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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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