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래를 묻거든 실리콘밸리를 보라', 혁신의 심장을 가다

'삼성의 미래를 묻거든 실리콘밸리를 보라', 혁신의 심장을 가다

실리콘밸리(미국)=박종진 기자
2016.01.11 15:20

[르포]SSIC, SRA, GIC '혁신 전초기지'…자율·개방·융합, 실리콘밸리 문화→삼성 들여오는 창구

완전 자율출퇴근제, 탁 트인 개방형 사무실, 문만 열면 바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일터.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방향을 따라 스탠포드대학까지,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혁신·연구개발센터 세 곳이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혁신 전초기지인 이 혁신센터들은 한국의 삼성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한국의 삼성이 미국 IT의 양대 산맥이었던 동부의 뉴저지 벨연구소와 같은 100년에 가까운 전통을 중시하는 풍경이라면, 실리콘밸리는 동부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자유분방함이 묻어나는 도전의 모습이다.

전 세계 스타트업(창업초기) 기업들과 투자자, 첨단 기술 연구소 등이 밀집한 이곳에서 새 먹거리를 찾는 '삼성의 미래 심장부'가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방문한 SSIC(삼성전략혁신센터), SRA(삼성리서치아메리카), GIC(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는 말 그대로 삼성전자의 혁신과 리서치를 담당한다. 유망기업의 인수합병, 전략적 투자, 스타트업 기업의 육성(인큐베이션)을 추진하고 현지에서 뜨는 아이디어나 신기술을 발굴해 검증한다.

2015년9월 완공한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미주 총괄 사옥/사진제공=삼성전자
2015년9월 완공한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미주 총괄 사옥/사진제공=삼성전자

◇'직장=놀이터', 미래 30년 준비할 창조와 혁신에 주력

SSIC가 입주한 DS(부품)부문 미주 총괄 사옥은 겉모습부터 달랐다. 작년 9월, 법인 진출(1983년) 30여년을 기념해 실리콘밸리 산호세 지역에 완공했는데 반도체 칩을 쌓아올린 모양이다. 10층 규모로 인근에서는 가장 높다.

3개 층씩 짝을 이뤄 한 개 층은 외부를 정원으로 둘러쌓다. 5층과 8층은 사무실 문만 열면 바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놀랍다. 아예 건물 가운데를 뻥 뚫어 정원으로 조성했다. 각 층의 절반 이상은 협업 공간(회의실)과 카페 등 휴식 공간으로 할애했다. 의자, 탁자 하나하나가 모양도 제각각이다. 규격화, 통일화된 전통적 사무실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건물만 여유롭게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 실제 근무도 자유롭다. 근무시간 중에 언제라도 사옥 내 스포츠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조직문화도 수평적이다. 전무급 임원의 사무공간도 일반 직원과 똑같다.

사무실 책상은 스위치만 누르면 높낮이가 조절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다는 '서서 일하는' 문화가 실제 그대로 적용돼 있었다.

2015년9월 완공한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미주 총괄 사옥 내부/사진제공=삼성전자
2015년9월 완공한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미주 총괄 사옥 내부/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또 다른 30년을 준비할 새 사업을 발굴 중이다. IoT(사물인터넷)와 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 IoT 기기 개발 플랫폼인 개방형 '아틱(ARTIK)' 모듈을 공개하는 성과도 냈다.

한재수 DS부문 미주법인장은 "1860년대 미국 서부 시대에 금광에서 금 캐서 돈 번 사람보다는 청바지를 만들거나 바를 했던 사람이 돈을 벌었다"며 다양한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1시에도 여유롭게 출근…삼성의 '더듬이', 車·모바일 헬스와 교류 중

인근 마운틴뷰에 자리 잡은 SRA도 다르지 않았다. 오전 10시~11시 사이, 한국 같으면 한창 근무를 할 시간이지만 여유롭게 출근하는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뛰어가는 사람도 없었고 긴장한 사람도 없었다. 완전자율출근제가 정착된 이곳에서는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사정에 따라 출퇴근이 자유롭다.

SRA 사옥은 인근 연구소를 모아 2014년에 완공했다. 부품을 담당하는 SSIC와 달리 주로 세트 부문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며 본사 DMC(디지털미디어통신)연구소 소속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신기술 중 실제 제품에 응용 가능한 것들을 추려내고 검증해 본사 사업부에 넘기거나 협업을 진행한다. 기어 S2의 라운드형 디스플레이와 회전형 베젤(테두리), 삼성페이의 지문인식 기능 등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 성과다.

업무 특성상 실리콘밸리의 트렌드에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더듬이' 같은 역할이다.

마크 번스타인 삼성전자 SRA 기술전략 및 운영 담당 전무가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SRA 사옥에서 운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마크 번스타인 삼성전자 SRA 기술전략 및 운영 담당 전무가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SRA 사옥에서 운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최근에는 주력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부품 쪽과 모바일 헬스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마크 번스타인 SRA 기술전략·운영담당 전무는 "덴소, 보쉬, 델파이 등 14개 현지 자동차 연구소와 교류 중"이라며 "모바일 헬스 산업과도 교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와 삼성의 융합, 삼성 문화 바꾼다"

끝으로 방문한 GIC '스마트싱스' 사옥은 마운틴뷰에서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좀더 이동한 팔로알토에 있으며 스탠포드대학과 붙어 있다. 마치 리조트 같이 평온한 느낌의 2층 건물의 사무실 역시 완전 개방형이다. 직원들 간에 칸막이는 찾을 수 없었다.

스마트싱스는 IoT 플랫폼 개발사로 삼성전자는 TV 등 올해 주력제품부터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탑재한다.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CEO가 사무실 한쪽에 꾸며진 주방에서 직접 IoT 시연도 보여줬다. 스마트폰으로 IoT 플랫폼이 들어간 각종 기기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집의 조명, 잠금장치, 오디오 등이 설정에 따라 자유자재로 작동했다. 센서가 작동해 주인이 아침에 잠에서 깨거나 집으로 들어오면 조명이 들어오고 오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CEO가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스마트싱스 사옥에서 IoT 플랫폼을 활용해 가전기기들을 작동하는 시연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CEO가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스마트싱스 사옥에서 IoT 플랫폼을 활용해 가전기기들을 작동하는 시연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GIC는 삼성전자 본사 직속으로 스타트업 인수와 투자, 육성, 선두업체와 파트너십 강화 등이 주 업무다. 실리콘밸리의 '다양성'과 잘 어울려 네트워크를 다지는 게 필수다.

데이비드 은 GIC 사장은 "GIC는 실리콘밸리의 베스트 프랙티스(최고의 성과를 낸 운영방식)를 삼성으로 가져오는 문화적 변화 주도자로서 역할, 실리콘밸리와 삼성의 융합 즉,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는 '짬뽕' 같은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와 주니어, 실리콘밸리 출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남자와 여자, 한국인과 비한국인 등을 모두 섞어서 혁신과 창조를 일궈내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GIC의 임원진 7명 중 한국계는 은 사장을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약 300만명이 거주하며 백인 37%, 아시안 30%, 히스패닉 27% 등 인종구성이 다양하다. 대학만 31개가 있고 1만4529개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GIC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스마트싱스 사옥에서 삼성전자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종진 기자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GIC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스마트싱스 사옥에서 삼성전자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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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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