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2년 9월부터 심사를 시작했으니 심사기간만 4년에 육박하고 있다. 이 원전은 신고리 3·4호기와 동일한 노형이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측면에서의 검토는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동일부지 ‘다수기 문제’일 것이다. 고리 원전 1-4호기 그리고 신고리 1-6호기를 감안하면 “총10기의 원전이 가까이에 운전되는 것이 안전한가?”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한 판단은 법적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을 전공으로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국민들의 이해를 돕는 일에는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원자력안전성의 정성적 원칙은 “원전의 건설과 운영으로 인하여 대중과 환경에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보면 정당한 위험을 부과한다는 뜻이다. 다만 어느 수준이 정당한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현행 원자력법령이 제시하고 있다.
둘째, 원자력안전성의 정량적 원칙은 변화하고 있다. 원전산업의 초기에는 원전으로 인한 위험도는, 자동차 사고, 화재, 재난 등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각종 위험 수준의 1천분의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신 원전은 기존원전보다 10배로 안전성을 강화하였다. 만일 가동원전 10기가 한 부지에 있게 된다면 천분의 일 수준의 위험이 1백분의 일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신규원전 10기의 위험도가 구형원전 1기의 위험도와 같도록 함으로써 다수기 건설로 인한 추가위험도 증가를 억제한 것이다. 따라서 다수기 문제는 이미 규제에 암묵적으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셋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결과를 살펴보면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다수호기 문제이다. 안전설비는 호기간 공유하지 않도록 한다. 공통원인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진, 해일 등의 가능성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10기가 동시에 운전된다고 하더라도 부지경계에서의 선량제한치 등이 만족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대해 별도의 리스크 평가방법론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이도 있지만 별도의 리스크 평가방법론이라고 할지라도 지금까지 한 것 이상의 검토를 할 것은 아닐 것이다.
넷째, 설명 별도의 리스크 평가방법론을 개발한다고 할지라도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2단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건설허가(Construction Permit)와 운영허가(Operating License)가 그것이다. 그런데 왜 건설허가는 ‘인가’ 정도로 보고 운영허가는 ‘면허’로 볼까? 그것은 자명하다. 운영허가를 받기 전에는 핵연료를 장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튼튼한 건물일 뿐이지 방사성물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리스크 평가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면 운영허가까지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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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감(感)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살다보면 위험해 보이는 것이 실제로 위험한 경우가 있다. 또 위험해 보이지만 별로 위험하지 않은 것도 있다. 감은 동종의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 것이다. 원전에 대한 기술적 검토의 경험이 없는 감에 의한 판단은 대부분 옳지 않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따라 약 9100억원 그리고 준공 이후 운영에 따라 매년 약 475억원에 달하는 지역 경제 기여 효과가 추정된다고 한다. 기왕 건설할 것이라면 불경기에 착공해서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