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최정우의 포스코, 내실의 포스코

[MT리포트]최정우의 포스코, 내실의 포스코

안정준 기자
2018.07.15 17:27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①사상 첫 재무통 CEO로 내실 겨냥…제철보국 창업이념의 재해석

[편집자주] 창사 50주년을 맞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변화를 선택했다. 재계 서열 6위 그룹을 이끌어왔던 주류의 교체다. 비(非)엔지니어, 비서울대 출신 최정우 회장의 선택은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인 동시에 도전이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창업이념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그의 앞에 놓인 과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

"중국의 공격적인 가격 공세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걱정입니다"

최근 재계 최고경영자들과의 골프 회동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는 무거운 책임감의 단면을 내비쳤다.

공식 취임 전이지만 최 회장 후보의 머릿 속은 2차전지 주요 소재인 음극재와 탄소소재 사업 등 포스코의 앞날을 헤쳐가기 위한 신성장동력 관련 전략 구상과 고민으로 가득했다는 전언이다.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재계 6위(자산기준) 포스코 그룹의 새 수장에 오를 것으로 예정인 그는 재계 최고경영진을 만나 조언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최 회장 후보는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계 내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그는 포스코 사상 첫 비(非) 엔지니어, 민영화 후 첫 비서울대 출신 회장 후보다. 그에게서는 전임 회장들과 달리 정권과의 끈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누가 선출돼도 '포스코맨'(포스코 근무 경력)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사내 비주류로 분류된 그를 굳이 '포피아의 선택'으로 치부하기도 힘들다는게 포스코 안팎의 평가다.

한 포스코 전직 고위 임원은 "포스코 50주년의 새 얼굴로 이례적 인물이 추천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년간 끊임없는 확장으로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5위 철강사로 발돋움한 포스코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전 세계 조강생산량의 약 절반(49.2%)을 차지한 중국의 질적 도약이 예견돼서다.

2016년부터 진행된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이제 막바지다.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 등 대형 철강사들의 합병으로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부실 중소형 철강사들은 폐쇄해 나가는 작업이 신임 회장 임기 중 마무리된다.

이 같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 조강 생산량은 8억 3170만톤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5.7% 늘었다. 이미 노후화가 심각한 공장과 비 허가 공장 위주로 폐쇄하는 데다 합병을 거친 대형 철강사는 생산을 늘려서다. 이전 50년과 달리 포스코는 이제 양과 질의 거대한 역습에 직면했다.

게다가 글로벌 경쟁 격화로 철강사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2000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까지 9년간 포스코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9.8%였던 반면, 2009년부터 9년간인 2017년까지는 한자리수로 떨어진 9.8%다.

티센크루프와 타타스틸 등 중국 밖 대형 철강사들도 합병을 거듭하는 사이 전 세계 조강생산의 고작 2.5%를 차지한 포스코가 이전과 같은 '확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제는 내실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상 첫 재무통 회장 선출의 배경이 여기 있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 후보는 포스코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에서 기획과 재무 업무를 주로 맡았다.

'숫자'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그에게 따라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구조조정의 달인'이다. 포스코의 컨트롤타워격인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2015년부터 그룹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71개 포스코 국내 계열사를 38개 줄였다.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감량했다.

'내실'을 겨냥한 재무통 회장 선출은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철강산업 재편과정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도 있다. 독일 티센크루프와 신일본제철, 미국 AK스틸 등 전 세계 15개 주요 철강사 중 6곳의 최고경영자는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재무통이다.

내실을 겨냥한 비 엔지니어 출신 회장은 자연스레 전임 회장단들(소위 '포피아')로부터의 단절로 연결된다.

포스코 민영화 후 유상부(서울대 토목공학과), 이구택(서울대 금속공학과), 정준양(서울대 공업교육학과), 권오준(서울대 금속공학과) 전 회장은 모두 서울대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내실보다 기술을 통한 성장과 확장을 우선으로 하기 쉽다. 이들이 포스코를 맡은 2000~2017년 포스코의 국내 조강생산량은 34% 늘었다.

최 회장 후보의 과제는 포스코의 창업이념인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재해석이다. 제철의 내실을 다져 그룹 전체의 뒷심을 마련하고 제철 밖 신성장동력을 찾아 '국민기업' 포스코의 다음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성장에서 내실로의 전환 의지가 새 회장 선출에 담긴 만큼 이전과 다른 '뉴 포스코'를 만들어 이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며 "이는 회사 안팎에서 여전히 터져 나오는 '포스코 잔혹사' 논란의 고리를 끊는 일 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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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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